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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러로 본 세상

입력
2015.05.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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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북로의 석양
강변북로의 석양

앞만 보고 질주하고 있는 우리,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하기 위해선 뒤쪽 상황도 함께 살펴야 한다. 백미러에 비치는 모습을 통해 현재의 내 위치를 파악하고 있어야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꽉 막힌 도로 위 무심코 바라본 백미러는 묘하게 여유로운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방금 지나온 길, 스쳐간 과거의 영상이 작은 거울 속에 머물러 있다. 먼 미래에 맞춰진 시력으론 볼 수 없는 남루한 현실도 거울은 또렷하게 보여준다. 일상을 스치며 놓치는 소중한 것들, 아쉬운 순간들이 손바닥만한 백미러 속에 있다. 그 속에 또 다른 세상이 흐른다.

겹쳐진 현실과 과거

원효대교 한강둔치(왼쪽), 분당의 한 국도
원효대교 한강둔치(왼쪽), 분당의 한 국도

멀리 보이던 풍경이 순식간에 다가왔다 다시 흘러간다. 그냥 보내기 아쉬운 장면이 영화처럼 백미러에 잠시 흐르다 사라졌다. 미래에서 현재로 이어지며 스쳐간 찰나들이 그 실체를 깨닫기도 전에 과거로 멀어져 갔다. 문득 고개를 돌리면 눈 앞의 현실과 거울에 비친 세상이 겹쳐있다. 한 공간에서 만난 각자 다른 시간의 이미지가 왠지 이질적이다. 노을이 점점 붉어지는 동안 백미러 속 세상은 멈춘 듯 거기 그대로 있다.

마술을 부린 듯

백미러는 앞을 향한 채 뒤쪽을 확인하기 위해 고안됐다. 이 거울은 마술을 부리듯 한적한 도로에 벽을 만들고 벽에 또 다른 통로를 만든다. 눈 앞에 펼쳐진 삭막한 도심, 지루하게 반복되는 장면 속에서도 새로운 상상을 부추긴다. 아주 가끔 뜬금 없는 반영에 깜짝 놀라기도, 호기심 속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백미러는 속임수다.

돋보기를 갖다대면

돋보기처럼 백미러는 흐릿한 현실 한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
돋보기처럼 백미러는 흐릿한 현실 한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은 인간의 속성이다.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 뒤 돌아 볼 여유도 없다. 차가운 거리, 흐릿하게 지나치는 지루한 일상이 거울에 맺혀 있다. 마치 돋보기처럼 백미러는 흐릿한 현실 한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

일상 속 풍경이 멈추다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동안 나는 백미러 속에서 맹추격을 당하고 있다. 과거로 향하는 숨가쁜 흐름에 뒤지지 않도록 달리고 또 달린다. 이렇게 삶을 경쟁하는 동안 얼마나 자주 뒤를 돌아 볼 수 있을까.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순식간에 지나쳐버린 순간들, 사라져간 풍경도 사실은 그리 멀리 떠나지 않았다는 뜻일까. 엔진을 끄고 길 위에 선 채로 백미러에 비친 인생을 잠시 되돌아 본다.

마포대교
마포대교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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