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학교 관계자들 진술 확보 불구
대가성 입증 증거 없어 혐의선 빠져

박용성(75) 전 두산중공업 회장(전 중앙대재단 이사장)이 대학 내부 반대에도 불구 박범훈(6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첫째 딸에 대한 교수 임용을 강행했다는 대학 관계자 진술이 나왔다. 30대 초반에 중앙대 교수에 임용된 박 전 수석의 딸은 특혜 임용 의혹을 받아 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배종혁)는 중앙대 관계자들로부터 박 전 회장이 지난해 박 전 수석의 자녀 교수 임용을 주도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받은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박 전 수석의 첫째 딸인 박모(34)씨는 지난해 9월 4일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조교수로 정식 임용됐다.
중앙대 전통예술학부는 당시 국악 분야에 교수 1명을 채용하면서 이례적으로 지원자격을 제한했다. 자격 조건을 ▦가야금 전공자 ▦음악이론교육이 가능한 자 ▦영어수업이 가능한 자로 까다롭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박씨를 위한 조건이나 마찬가지였다. 가야금을 전공한 그는 ‘음악 이론과 교육’으로 미국 뉴욕대에서 석사학위를, 중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해당 조건을 충족, 결국 유일한 지원자가 됐다.
중앙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학교 내부에서는 박씨 임용에 대해 처음부터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전임 총장을 지낸 박 전 수석의 직계 가족이 교수로 임용되는 건 관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가 컸다. 일선 대학에선 학교 관계자와 가족관계이면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교수 임용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중앙대에는 국내 최고 가야금 연주자인 김일륜(55) 교수가 재직, 가야금 전공교수가 특별히 더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전했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이 직접 나서 박씨 교수 임용을 주도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다른 학과에 비해 교수 임용이 훨씬 어려운 예술대학에서 30대 초반의 박씨는 강사가 아닌 정식 조교수로 최종 임용됐다. 이 대학의 한 관계자는 “최종 면접자가 경쟁자 없는 1인이면 임용 자체가 일시 보류되기도 하는데 그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만 교수 임용 의혹의 경우 박 전 수석에 대한 대가성을 입증할 뚜렷한 증거가 없어 박 전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는 포함시키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의 공소 유지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사회적 비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전 회장에게 사립학교법 위반과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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