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ㆍLGㆍ삼성ㆍ롯데 등 10~30분 간격으로
방한 중인 모디 총리와 면담
구매력 세계 3위ㆍ성장률 中능가… 미래성장 '새 동력 찾기' 북적
모디 "전폭적 지원하겠다" 화답
재계 총수들이 19일 한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잇따라 만나 인도에 대한 투자 확대 등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모디 총리는 국내 기업들에게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날 오후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 평소 보기 힘든 재계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신흥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개별 면담을 갖기 위해 들른 것이다.
이들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10~30분 간격으로 인도 최고 지도자를 만난 뒤 자리를 떴다. 재계 수장들이 외국 정상을 만나기 위해 줄지어 몰려든 모습은 매우 이례적으로 그 만큼 인도 시장이 우리 기업들에게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이날 모디 총리를 만난 재계 인사는 면담 순서대로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한 사람이 면담을 마치면 대기하고 있던 다음 기업인이 면담을 하는 식이었다. 재계의 별들이 한꺼번에 출동하니 보니 이날 힐튼 호텔은 양국 정상이 참석한 한ㆍ인도 CEO포럼이 열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보다 더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재계가 인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실질구매력 평가기준으로 세계3위의 경제대국이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중국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도는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7%에 불과할 만큼 산업화가 더디지만, 모디 총리가 투자유치를 통한 제조업 육성과 인프라 확충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조충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ㆍ남아시아팀장은 “인도는 인구만 많은 게 아니라 평균 연령이 25세에 불과해 수요기반이 무궁무진하고 값싼 노동력 제공이 가능해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인도를 활용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날 모디 총리를 만난 기업인들은 그만큼 인도에 대한 투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에 세 번째 자동차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다. 정몽구 회장은 정의선 부회장과 함께 이날 가장 먼저 모디 총리 면담 직후 인도 제3공장 건설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토 중에 있다”고 답했다.
현대차는 1998년과 2007년 인도 남부 첸나이에 잇따라 생산공장을 지어 현지에서 연간 65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12억명에 이르는 인구와 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으로 인도 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을 감안해 현지 공장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모디 총리에게 “인도에서 생산한 64만대 중 47만대는 인도 국내에 공급하고 17만대는 세계 110여개 국가로 수출할 계획”이라며 “인도 자동차 수출 1위 기업으로서 수출 증대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회장은 “자동차 사업뿐 아니라 건설과 철도 차량 같은 국가 기간산업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해 양국의 경제 발전에 더욱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모디 총리는 “현대차가 인도 내에서 인기가 많은 만큼 인도와 협력관계를 통해 세계 3위권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 성장하길 기대한다”며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3.2% 성장해 세계 6위권에 진입했으며 올해는 7.8% 성장이 예상된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안승권 LG전자 기술책임자(CTO)와 함께 모디 총리를 만나 인도 내 사업확대에 지원을 당부했다. LG전자는 1997년 인도에 진출해 뉴델리와 푸네에서 냉장고 등 생활가전 제품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푸네 공장에 휴대폰 생산시설을 가동하다 그만뒀지만 인도 내 스마트폰 판매 상황에 따라 이를 재가동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사장을 대동하고 모디 총리를 만났다. 신 사장은 면담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가 인도 시장에 1995년 진출했는데 사업을 오래하지 않았냐"며 "인도에서 휴대폰 및 네트워크 사업 등을 하고 있는데 그런 분야에서 협력을 많이 하자고 논의했다"고 말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인 삼성전자는 현지의 중저가 제조업체인 마이크로맥스, 라바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초 자체 개발한 모바일 운영체제(OS)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폰 '삼성 Z1'을 인도에서 10만원대에 출시했으며,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의 보급형인 '갤럭시 코어 프라임'과 갤럭시E7·E5 등을 잇따라 선보였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모디 총리에게 일관제철소 사업 및 인도 오디샤주 및 마하라슈트라 자동차 강판공장이 가동되는 서부지역에 관심이 크다는 입장을 전했다. 포스코는 현재 서부지역에 연산 180만톤 규모의 마하라슈트라 자동차 강판공장 이외에 3개의 가공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모디 총리와 인도 현지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모디 총리의 경기부흥 정책으로 인도는 해마다 7% 이상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등 매력적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롯데는 현재 다양한 현지 투자 방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1990년대말 롯데제과의 제품 수출로 인도와 처음 인연을 맺었고 2004년 롯데제과가 현지 제과업체인 패리스를 인수해 국내 식품 기업으로는 가장 먼저 인도에 진출했다.
이후 롯데제과는 2010년 첸나이 지역에 초코파이 생산 공장을 세웠고 현재 델리 지역에 새 초코파이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이 7월 완공되면 롯데제과는 12억 인구의 인도 남북에 초코파이 생산설비를 갖추게 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인도 진출을 발판으로 주변국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까지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출국을 앞두고 울산 조선소를 방문한 모디 총리를 안내했다. 최 회장 등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모디 총리 일행과 방위산업,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사업, 기술지원 등 조선산업 분야의 다양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조선산업 육성을 추진 중인 모디 총리는 자국 조선소의 기술수준 향상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현대중공업의 협력을 요청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도 한ㆍ인도 CEO 포럼에 앞서 모디 총리를 15분 가량 접견하고 두산그룹의 인도 사업 관련 의견을 나눴다. 두산중공업은 인도에서 발전사업을 하고 있으며, 두산인프라코어도 인도에 진출해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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