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카드·증권사 최대주주
사회적 신용과 재무 능력 평가
보유 주식의 10% 이상 부분
의결권 제한도 가능해
"오너 경영권에 위기 맞을 수도"
"횡령·배임 처벌에도 지위 유지"
대주주 적격성 심사(금융당국이 대주주의 사회적 신용이나 재무 능력을 금융회사 진입요건과 결부하여 심사하는 것)를 보험ㆍ증권ㆍ카드사 등 제2금융권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졸지에 오너가 금융당국 심사 대상이 된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로부터는 “실정에 맞지 않는 법안”이라는 볼멘소리가 흘러 나오는 반면, 시민단체 등에서는 “핵심은 다 빼버린 헐렁한 법안”이란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요 내용은
19일 금융위원회와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정안(정무위안)은 지난달 30일 여야 합의로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고 현재 법사위에 올라가 있다. 법사위 자구ㆍ체계 수정을 거쳐 여야의 힘 싸움 등 특별한 외부 변수가 없으면 28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2012년 6월 정부의 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3년여만에 본회의를 통과하는 셈이다.
제정안의 핵심은 그 동안 은행 및 저축은행에만 적용됐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적격성 심사 대상은 최대주주 1인이다. 최대주주가 법인이라면 그 법인의 개인 최대주주가 대상이다.
적격성 심사에서는 대상 최대주주가 ▦금융 관련 법령 ▦조세범처벌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을 어겼는지를 확인한다. 이 법령을 위반해 금고 1년 이상 실형이 확정되면 해당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 중 10% 이상 부분의 의결권이 제한된다.
이밖에 ▦대기업 그룹 차원이 아닌 해당 기업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 수립하고 ▦이사회 내에 임원후보 추천위원회 등을 둬서 인사 심의 기능을 강화하고 ▦사외이사는 이사 총수의 과반수 이상을 포함하고 ▦이사가 아니면서 명예회장ㆍ회장ㆍ부회장 등 직책을 사용하더라도 임원 자격 요건을 적용하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영향과 논란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면 내년 6월부터 효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법 대상이 되는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카드사, 증권사의 선두권 기업들이 대부분 재벌 계열이라는 점에서, 일부 재벌 오너들이 내년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 재판을 받으면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법 시행 이후에 나오는 경우까지 소급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기 때문에 시행 직후 곧바로 의결권 제한 조치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재벌 계열 금융회사들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우선 관련 법령 위반으로 총수 의결권을 제한당해 경영권에 심각한 위기를 맞을 상황이 올 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사회 및 임원 관련 규제강화로 총수의 인사권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공공적 성격이 강하고 지배구조가 제한된 은행과 달리 보험업계는 현실적으로 오너 경영이 존재하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은행과 똑같은 의결권 제한이 적용되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대기업 금융사들의 우려가 엄살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법안 자체가 기존 야당안에서 상당히 후퇴한 안이라 사실상 규제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비판이다.
애초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시한 안은 ▦심사범위를 최대주주 특수관계인까지 확대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범죄도 심사하며 ▦의결권 행사 제한은 물론 주식처분 명령까지 가능케 하는 안이었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은 정무위 여야 협의 과정에서 모두 빠졌다. 경제개혁연대는 성명을 통해 “이번 법안에 따르면 횡령ㆍ배임으로 처벌받더라도 대주주 지위에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게 된다”며 “재벌총수 일가의 부당한 금융회사 지배를 배제한다는 애초의 입법취지가 무색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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