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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칸에 간 고아성 "발톱 빠져가며 아역에서 탈출"

입력
2015.05.20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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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스릴러 '오피스' 제68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고아성은 오랜 아역 이미지를 씻어내고 여인의 풍모를 풍긴다.
공포스릴러 '오피스' 제68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고아성은 오랜 아역 이미지를 씻어내고 여인의 풍모를 풍긴다.

마냥 아역인 줄 알았다. 성인식을 통과한지 3년이 됐으나 여전히 앳된 얼굴 탓이 크다. 최근 반전이 생겼다. TV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고교를 자퇴한 미혼모 서봄을 연기하며 카메라 앞에서도 성인으로 우뚝 섰다. 제68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공포 스릴러 ‘오피스’는 고아성(23)의 성인 이미지를 굳힌다. 회사의 정규직 직원들로부터 갖은 구박과 횡포를 당하다 피의 반격에 나서는 인턴사원 미래로 고아성은 연기에 새로운 날개를 달았다. 영화 ‘여행자’(2009)에 이어 칸영화제를 두 번째로 찾은 그를 20일 오후(현지시간) 칸 해변가에서 만났다. 아이어른 같은 이미지는 여전했지만 여인의 향도 진했다.

-청소년 시절 찾았던 칸을 어른이 돼 와보니 기분이 어떤가?

“처음 칸에 왔을 때는 뭐가 뭔지 잘 모르고 갔다. 그냥 칸이 이런 곳이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몇 년 만에 찾아왔는데 재미있게 보내다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레드 카펫 행사에서 드레스 대신 바지를 입은 이유가 있나?

“너무 바빠서 한국에서 드레스 준비를 못했다. 이곳에 와서 옷을 골랐다. ‘풍문으로 들었소’ 촬영과 칸 방문 일정이 하루 겹쳤다. 하루를 빼낼 수 있을지 금요일까지 촬영을 몰아하며 조절해야만 했다.”

-스릴러를 유난히 좋아하는 것 같다.

“외국기자도 그런 질문을 하더라. 부정할 수는 없다. 제가 좋아하는 장르가 스릴러다. 그래서 스릴러 출연 결정을 할 때 더 까다롭다. 스릴러에 대한 패턴을 다 꿰고 있는데 신선한 스릴러가 없을까 하고 있을 때 ‘오피스’ 시나리오가 들어왔다.”

-미래와 나이 때가 비슷하긴 한데 또래의 평범한 사람 삶에 공감이 가긴 했나?

“배우랑 회사원은 다르다는 인식이 있는데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그래도 이해 못하는 부분은 있다. 연기를 하면서 그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니까. 미래라는 캐릭터에 해당하는 롤모델이 지인 중에 있었다. 모든 게 비슷하지는 않았지만 배울 점이 있어서 따라다녔다. 광화문 주변 유리창이 있는 카페에 가서 주변에 섞이지 못하는 사람을 찾아 그들을 관찰했다. 사무실도 들어가 봤는데 ‘일을 하는 공간에 정치가 있구나’를 느꼈다.”

-영화 속에 표현된 묵주처럼 의미를 둔 물건이 현실에도 있나?

“일기 쓰기에 가장 특별한 의미를 둔다. 매일 일기를 쓰는데 일기를 쓰는 동안 우주를 쥐고 있는 것처럼 기분이 좋다.”

-이전 출연작들과 달리 과격한 액션 장면도 등장한다.

“촬영 시작하기 한달 전부터 준비를 했다. (정통)액션이라고까지는 할 수는 없다. 배우들끼리 합이 정해져 있고 통쾌해 보였으면 좋겠다는 확실한 목적이 있는 액션이었다.”

-액션 장면 찍다가 다칠 만도 했을 텐데.

“다쳤다. 말하기 부끄러운데 발톱이 나갔다.”

-완성된 영화 ‘오피스’를 칸에서 처음 본 느낌은 어떤가?

“드라마 30부작에 출연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긴 호흡으로 연기를 해야 한다. 2시간짜리 영화는 3개월 동안 찍는데, 드라마는 3일에 4시간짜리를 촬영한다. 감정이 몇 수십 배 집중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이 영화를 보니 좀 혼란스러웠다. 내가 저런 연기를 했다니… 어쨌든 칸에 있는 동안이나마 ‘풍문으로 들었소’를 잊으려 하고 있다.”

-요즘은 자신의 나이에 맞는 배역이 좀 많이 들어오는 편인가?

“글쎄… 내가 원하는 대로 역할을 선택할 수는 없다. 회사 의견도 있고 주변 사람들의 요구,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 이제는 아역을 안 해야겠다고 하고 있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풍문으로 들었소’도 19세부터 시작하는 역할이다. 그래서 ‘풍문으로 들었소’ 출연 제안이 들어왔을 때 주변에서 아역을 언제까지 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 전형적으로 아역배우가 성인배우도 성장하는 과정이 있다. 자라서 어느 순간 성인이 되어 농염한 역할도 하고 엄마를 연기하게 된다. ‘풍문으로 들었소’의 서봄은 이 모든 과정을 다 겪는다. 그래서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잘나가는 배우라는 느낌이 강한데 캐스팅에서 밀린 적도 있나?

“배우라면 없을 수 없다. 나 같은 경우 (광고모델로 데뷔한)4세 때부터 계속 오디션 떨어져서 13세 때 처음으로 ‘괴물’에 출연하며 영화배우가 됐다.”

-‘오피스’의 홍원찬 감독과 출연배우 배성우를 이끌고 레드 카펫을 밟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그들의 칸 방문이 첫 번째라는 점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사실 국내 영화제는 지난해 방문한 부산영화제가 처음이었고 내내 해외영화제만 다녔다. 해외영화제가 국내영화제보다 더 편하긴 하다.”

-농염한 역할을 하게 될 때가 오면 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아직은 그럴 시기가 아니다. 끌리면 하게 될 것 같다. 서봄 역할처럼 예상치 못하게 제대로 된 파격연기를 하게 될 것 같다. 서봄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아는 감독 분들이 말려야 되는 것 아니냐고 주변에 말하곤 했다.”

-어려서부터 연기를 하다 보니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많을 듯한데.

“정말 많다. 자주 보는 사람들이 주로 조언을 해준다. (영국배우로 ‘설국열차’에 함께 출연한)틸다 스윈튼을 생각보다 자주 본다. 1년에 2번씩은 만난다. 틸다가 얼마 전 샤넬 패션쇼 때문에 서울에 와서도 연락을 했다. ‘지켜보고 있다, 네가 칸에 가게 됐다고 들었다’는 말을 했다. ‘설국열차’때 한국에 와서 나눴던 ‘우아한 거짓말’ 내용도 아직 다 기억하고 있더라.”

-인턴사원, 정규직 사원, 대리 등으로 연기자를 나눈다면 어디에 해당한다 생각하나?

“인턴 아닐까. 최근 신인배우상 후보에 올랐으니까 인턴에 해당할 것이다.”

-대작인 ‘괴물’과 ‘설국열차’에 출연하며 얻은 점과 잃은 점이 있나?

“내겐 ‘괴물’을 통해 대작 출연 기회가 아주 일찍 찾아왔다. 그래서 ‘괴물’의 제작 환경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다른 작품을 촬영하며 그게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굉장히 놀랐다. ‘여행자’에 출연하면서 영화의 매력에 처음 빠졌다. 그때부터 나는 작은 영화 큰 영화에 대해 구분하지 않는다. 흥행에도 그리 신경 쓰지 않으려는 게 익숙해졌는데 완성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민감하다. 작품을 보고 고르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

-‘오피스’ 촬영 중 다른 배우들과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나?

“‘오피스’는 배우들의 힘이 엄청 큰 영화다. 부산에서 촬영했는데 모두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줬다. 연기외적으로 인간적으로 아주 배우들끼리 친했다. 촬영장에서 류현경 언니랑 제일 친하게 지냈다. 지난해 연말에 한 해를 되돌아 볼 때 가장 큰 행운이 현경 언니 만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아주 잘 통한다. ‘오피스’ 촬영이 끝난 뒤 드라마 모니터링도 서로 해주는 사이가 됐다.”

-연출에 대한 욕심은 혹시 가지고 있나?

“그렇지 않아도 ‘풍문으로 들었소’의 안판석 PD가 연출을 해보라고 권한다. 현경 언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나는 하고 싶지 않다.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아서다. 그래도 아마 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홍상수 감독 최신작에 출연했는데 어떤 역할인가?

“홍 감독님과 일을 하면 한가지 원칙이 있다. 촬영 내용에 대해서 (개봉하기 전까지)아무 말도 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부산영화제 기간 중 만난 홍 감독님이 먼저 출연을 제의해왔다. 워낙 홍 감독님의 영화를 한 편도 빼놓지 않고 볼 정도 팬이다. 현장에서 매우 즉흥적이고 마음 가는 대로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굉장히 철저하게 (준비해서)영화를 만든다.”

-좌절을 겪기 마련인 사회 초년병 나이인데 본인에게도 지금 좌절이 있는가?

“4세 때부터 13세 때까지는 좌절의 연속이었다. 어렸을 때였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때는 배우를 꼭 해야겠다는 심정은 아니었으니까. 그 이후가 더 힘들기는 하다. 오디션 보러 다니지 않고도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아무 고민 없을 줄 알았는데 신인 때 없었던 연기에 대한 고민이 요즘 또 생겨났다.”

칸=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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