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전문점이 늘어선 강릉 안목항 커피거리. 한국관광공사 제공
바다 찾아 강릉으로 떠날 때 '커피거리'는 메모해 둔다. 커피만큼 감미로운 사연과 풍경이 거기 있다.
견소동 안목항 해변 일대가 커피거리다. 경포해변에서 정동진 방향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10여분 가면 안목항이다. 해안을 따라 커피전문점들이 늘어서 있다. 횟집보다 커피전문점을 찾기가 더 쉽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커피전문점에 앉아 창을 통해, 또는 야외 테라스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바다를 감상한다.
● 감미로운 '길 카페'의 추억
안목항 일대가 커피거리가 된 데는 이유가 이다. 1980~90년대부터 '길 카페'로 불렸다. 길거리 카페란 뜻이다. 도로에 커피자판기가 많아서 붙은 이름이다. 전성기에는 약 500m 길이의 해안도로를 따라 80여대의 자판기가 늘어서 있었다.
바람 따라 흘러다니는 '길 카페'의 탄생 이야기는 이렇다. 강릉 명소 경포해변은 일찌감치 카페가 들어섰다. 바다 전망이 좋아 인기였다. 자판기업자들이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경포해변에서 가까운 안목해변에 커피자판기를 설치했다. 안목해변은 강릉 시내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해변이기도 했다. 거리가 불과 약 8km다. 안목의 커피자판기는 주머니 사정 넉넉하지 않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었다. 이들은 동전 몇 개로 백사장이나 해안가 의자에 앉아 데이트를 즐겼다. 안목해변이 로맨틱한 데이트 명소로 입소문이 나자 직장인들,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곳을 찾았다. '길카페'가 강릉 명소가 됐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단골 자판기' 한 대씩은 다 갖고 있었다.
● 해안 따라 커피전문점 30여곳 늘어서
2000년대 들어 커피전문점이 자판기를 대신했다. 2002년부터 생겨난 커피전문점 수가 약 30곳에 달한다. 스타벅스, 엔제리너스커피, 할리스커피, 카페베네도 자리를 꿰찼다. 항구 방파제 옆에 있는 할리스커피는 전망 좋기로 소문났고, 엘빈은 커피와 함께 케이크가 인기다. 커피커퍼도 이 해변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숫자는 줄었지만 커피자판기도 아직 볼 수 있다. 커피전문점과 자판기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커피만큼 감미롭다. 지금도 차를 자판기 앞에 차를 멈추고 커피를 뽑는 이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강릉은 '커피의 도시'로 이미 유명하다. 연곡면에 위치한 핸드드립 고수 박이추씨의 '보헤미안', 구정면에 있는 김용덕씨의 '테라로사' 등 유명한 로스팅 커피 명소들이 많은 덕이다. 인구비율로 따져보면 전국에서 로스팅전문점이 가장 많은 도시가 강릉일 것이라고 시청 관계자는 설명한다. 매년 가을에는 커피축제도 열린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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