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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처리 '상가 임대차보호법' 곳곳에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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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처리 '상가 임대차보호법' 곳곳에 구멍

입력
2015.05.1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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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들 대규모 점포에 포함돼 250여곳 권리금 보호 대상 제외

분쟁조정위원회도 법사위서 삭제… 장기간 소송 땐 더 큰 비용 들고

권리금 평가기준도 혼란 키울 우려

건물주의 횡포로부터 중소ㆍ영세상인의 권리금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13일 공포됐지만,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상가 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을 1차로 해결할 것으로 기대됐던 ‘분쟁조정위원회’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진데다, 영세상인이 대부분인 전통시장 중 상당수가 권리금 보호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관련 규정도 허술하다. 정부가 후속으로 내놓은 권리금 평가기준 역시 단순 방법론에 그쳐 결국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갈등을 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소상공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중소ㆍ영세상인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에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가게 운영 과정에서 얻은 거래처와의 영업노하우, 입지에 따른 이점 등을 금전적 가치로 매긴 권리금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상인들에게 최소한의 법적 이익을 보장한다는 당초 목적이 면밀하지 못한 국회 논의 과정과 정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지켜지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세입자 입장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부분은 전국 250여곳에 이르는 전통시장 상인들이 권리금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 점이다. 당초 국회 제출 당시 법안에는 이 내용이 없었으나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도중 포함된 것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경우 입점 상인과 업체 간 권리금 수수관행이 없는 만큼 이 둘을 포괄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상 대규모점포라는 개념을 법에 명시해 보호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회 상임위원과 전문위원, 정부 참석자 모두 대규모점포(매장 면적 3,000㎡ 이상)에 일부 전통시장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국회 한 관계자는 “당시 법사위에 참석했던 모든 상임위원들에게 공동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차인이 억울한 일이 없도록 만들겠다”며 도입 의지를 밝힌 ‘분쟁조정위원회’ 역시 법사위에서 빠졌다. 당시 일부 상임위원들이 ▦분쟁조정위원회가 권고안에 불과한 점 ▦임대임과 임차인 모두 동의해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 등을 들어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을 제기했고 이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때문에 상인과 주인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소송이 부담스러운 세입자들은 권리금을 포기하거나 장기간의 소송으로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밖에 없을 거란 우려가 크다.

상가 주인들이 악용할 소지가 큰 조항도 있다. 바로 임대인의 권리금 손해배상 면책사유에 ‘상가를 1년 6개월 간 비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를 포함시킨 부분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임대 기간 만료 직전 3개월 간 기존 세입자가 자신이 주선한 신규 세입자에게서 권리금을 받는 행위를 주인이 방해할 경우 주인은 권리금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신규 세입자가 보증금이나 월세를 낼 능력이 없는 경우 등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는 배상을 안 해도 되는데, 이 별도 규정에 상가를 비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포함된 것이다. 이에 대해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주인이 어느 날 교회로 사용하겠다면서 무작정 나가라고 한 뒤 18개월 후 새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챙기는 등 약탈적 행위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가 ‘늑장 조치’라는 지탄을 받고 내놓은 ‘권리금 평가기준’ 고시안도 단순히 평가 방법론만 제시해 시장에 혼란만 가중 될 거란 지적이 비등하다. 국토부는 고시를 통해 상인의 재산을 유ㆍ무형으로 구분하고 유형재산의 경우 구입가격을 따지는 ‘원가법’을, 거래처 노하우 등 무형자산은 장래 예상수입을 기준으로 보는 ‘수익환원법’을 각각 적용하도록 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 안은 이미 시장에서 통용되는 기본적인 방식을 거론한 수준으로, 평가방법이 아닌 세부적인 기준을 내놔야 시장의 혼선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며 “정치권 역시 후속 개정 논의를 서둘러 제도의 본래 목적을 회복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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