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으로 22년 만에
경의선 육로 이용… 전세계 주목
"남북관계 개선 위해 모든 노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전격적으로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한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인 유엔 수장인 반 총장의 방북이 성사돼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반 총장은 19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WEF)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 방문 사실을 공개했다. 반 총장은 “한반도 평화와 안보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제일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며 “21일 개성공단 방문으로 20년 만에 북한에 발을 내딛는 유엔 사무총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21일 오후 경의선 육로로 남북 군사분계선을 통과한 뒤 개성공단에서 2시간 가량 머물며 남측 입주기업, 의료시설 등을 둘러보고 북측 노동자들을 격려한 뒤 복귀할 예정이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방북하기 때문에 남북관계나 개성공단 문제에 천착하기 보다는 한반도 평화 메신저 역할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유엔 사무총장이 방북한다는 상징성 자체로 최근 꼬여가던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반 총장은 이와 관련,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남북 간 대화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협력함으로써 정치적 대화의 폭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 및 발전을 위해 반 총장이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이 개성공단 발전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2007년 취임 후 여러 차례 방북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9월 제69차 유엔 총회에 참석한 이수용 북한 외무상은 반 총장 면담 자리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며 방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방북도 남북 당국 간이 아닌 유엔과 북한의 뉴욕채널을 통해 협의됐다. 역대 유엔 사무총장 중에는 1979년 쿠르트 발트하임, 1993년 부트로스 갈리 전 총장이 방북한 바 있다.
한편 반 총장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문제와 관련, “충청포럼 회원으로서 몇 번 참여한 적이 있고 작년에 잠깐 보긴 했지만 둘이 앉아서 논의하는 사이도 아니고 특별한 관계도 아니다”라며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제정치와 국내정치는 여러 면에서 다른 점이 많다. 정치적 행보에 대해 어떤 추측이나 여론조사를 하는 것을 자제해달라”며 2017년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데도 선을 그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인천=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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