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자극적인 것만 강요되는 시대에 잔잔한 감성을 노래하는 가수가 한 명 나타났다. 싱어송라이터 최그린(25)이다. 지난해 발표한 데뷔 싱글 '기다릴 때가 가장 좋은 것 같아'는 음식으로 치자면 'MSG(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은 친환경 유기농이다. 단 번에 끌어들이는 마력은 없지만 적잖은 여운을 주는 매력이 있다. 최그린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으면서 소소한 느낌을 놓치지 않고 음악으로 풀어가려는 꿈이 있다.
-이름이 독특하다.
"영어로 활짝 웃다(GRIN)라는 뜻이다. 버스 안에서 창 밖을 바라보다가 우거진 나무, 푸른 풍경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 초록(GREEN)의 뜻으로도 쓸 수 있다."
-데뷔곡이 자작곡이라고 들었다. 독특하지만 호소력 있는 음악이다. 자신이 생각하기엔 남들과 무엇이 다른가.
"풋풋하다. 내게 아직 가수라고 하면 먼 얘기같고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과 같다.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니깐 그련 면에서 풋풋하다. 노래에 좋은 메시지를 담고 싶다. 말하고자 하는 게 분명히 있고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
-그렇다면 '기다릴 때가 가장 좋은 것 같아'에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
"누구나 휴일을 무척 기다린다. 그런데 기다릴 때 설레는 마음만큼 막상 그 날이 오면 빨리 지나가 허무해진다. 꿈도 그렇다. 어떤 결과물을 기다리는 게 힘들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기대감, 설레임을 즐기면서 보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싱어송라이터인데 주로 영감은 어디서 얻나.
"초록 풍경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날씨가 맑으면 더 세상이 예뻐보여서 기분이 좋아지고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는 나를 발견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 행복감을 전달해주고 싶을 때 많은 악상이 떠오른다."
-언제부터 곡을 쓰기 시작했나.
"4년 전 대학교 휴학을 하면서 처음 쓰기 시작했다. 현재 스무 곡 정도 있다. 일상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대화하듯 쓰려고 노력했다."
-롤모델이 있다면.
"나얼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노래, 작곡 능력, 신앙적인 부분까지 대단한 분이다. 타협보단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말하는 것도 멋지다. 노래만 따지만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이 사람의 마음을 끄는 목소리를 지녔다. 단순히 실력보다 호소력있는 가수가 부럽다."
-10년 가까이 음악에 매달렸다고 들었다. 첫 출발점에 있을 때와 지금을 살펴보면 얼마나 달려온 건가.
"50% 정도 달려왔다. 많이 높게 말했지만 이제까지 해왔던 시간들이나 앨범을 낸 것만으로 절반의 성공이라고 본다. 나머지 50%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듣는 날이겠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지 않을 수 있다.
"당장 좋아해주지 않아도 정체성을 쉽게 버리고 싶지 않다. 언젠간 좋아해 줄 날이 꼭 오리라 믿는다. 진심은 통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나.
"여운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화려해서 '우 와'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것보다 마음에 감동을 남기는 음악을 하고 싶다. 잔잔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 들고 싶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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