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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으로 한국 읽기] 처형했다는 소문

입력
2015.05.1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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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 처형설’이 논란을 빚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공포정치’를 ‘안보공포’ 조장에 필요한 재료로 삼으려는 집권 세력을 돕기 위해 국가정보원이 미확인 첩보를 서둘러 공개했단 게 일부의 의심이지만, 반대 편에선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폄훼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안내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 처형설’이 논란을 빚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공포정치’를 ‘안보공포’ 조장에 필요한 재료로 삼으려는 집권 세력을 돕기 위해 국가정보원이 미확인 첩보를 서둘러 공개했단 게 일부의 의심이지만, 반대 편에선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폄훼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안내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관건은 폭정 배경이다. 분석이 필요하다. 토대는 사실-정보다. 첩보-소문 위에선 흔들린다. 공개는 정치다. 파악이 기관 임무다. 의도는 공포 조장이다. 야만이 부풀면 대화는 막힌다.

“국정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금 북한 권부에서 벌어지는 일은 왕조시대 폭군의 공포정치 상황과 다를 게 없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4월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등 중요 임무를 수행했고, 4월 27ㆍ28일 열린 모란봉악단 공연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함께 관람했다. 그런 그가 3일 만인 30일께 처형됐다. (…)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국정원이 고위 인사 처형 등 북한 내부에 어떤 변고가 있을 때마다 언론 특종 터뜨리듯 여과 없이 공개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의문이다. (…) 국정원 스스로 확인된 정보가 아닌 ‘첩보’라고 한 자락을 깔면서도 실제 파악된 사실보다 훨씬 더 충격적으로 스토리를 부풀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정은이 측근들을 함부로 처형하고 무자비한 공포 정치를 펼친다고 해서 북 체제가 곧 무너질 것으로 기대하고 방관할 수는 없다. 지금 국정원이 해야 할 일은 그런 상황을 선정적으로 국민에게 알리기보다 정확하게 실상을 파악하는 것이다. 공포정치가 김정은 개인 변덕과 포악한 성정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수많은 왕조에서 봤듯이 새로운 권력자가 자신의 기반을 안정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이냐에 따라 우리의 대응은 달라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발표에 근거해 북한의 “극도의 공포정치”를 언급했다가 북측으로부터 다시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한 맹비난을 샀다. 이런 분위기에서 남북대화니 통일이니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차분하게 정확한 북한 상황을 파악해 정부가 문제를 풀어갈 여건을 조성하는 게 국정원의 진짜 임무가 아닐까.”

-김정은 공포정치와 국정원 임무(한국일보 기명 칼럼ㆍ이계성 수석논설위원) ☞ 전문 보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계속되는 ‘공포정치’는 불안한 권력 기반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20년 가까이 지속된 선군정치 속에서 권력을 키워온 군부가 동요한다면 체제 지속성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 모험주의는 일차적으로 북쪽 체제의 경직성에 원인이 있다. 항상 위기와 대처능력을 과장해 보여줌으로써 권력을 유지해야 하는 극장국가의 속성상 선택의 여지가 좁은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 상황을 그렇게 만들어간 미국ㆍ한국 등 관련국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대화를 통해 핵 문제를 풀고 평화구조를 만들어가기보다는 대결을 추구하고 자신의 의제에 유리하게 활용하는 데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안보장사다. 지난해 3~4월 경기도 파주와 백령도, 강원도 삼척에서 북한 무인기가 잇따라 발견됐다. ‘아마추어 수준의 조잡한 무인기’였음에도 ‘안보 공포’가 조성됐고 결국 수백억원을 들여 이스라엘제 북방한계선(NLL) 감시 무인기를 도입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 안보장사는 군비 및 대결구도 강화와 직결된다. 북한 위협은 미-일 군사일체화의 빌미가 되고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와 사드(고도도 미사일방어 체계) 한반도 배치 추진을 위한 근거로 활용된다. 대중국 압박을 겨냥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자연스럽게 안보장사의 배경을 이룬다. 안보 논리가 앞서는 정부 대북 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그 결과는 상황 악화의 악순환이다. (…) 현재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면 ‘새판 짜기’ 시도는 당연하다. 동력이 나올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남북 (최)고위급 수준의 상위정치, 각종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하위정치, 6자회담 재개 노력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모험주의와 안보장사(한겨레 기명 칼럼ㆍ김지석 논설위원) ☞ 전문 보기

무모로 가릴 수 없다. 외려 더 부각된다. 특종 욕심이든 대통령 지시든 국정원은 무능하다.

“95년부터 ‘한국기자상 대상(大賞)’이 신설됐다. 매년 주는 게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한 특종에만 준다. (…) 그중 가장 복잡한 사연은 무려 9년 만에 대상을 탄 2010년 연합뉴스의 ‘북한 김정일 후계자 3남 김정은’이었다. (…) 국가정보원에 이 특종 보도는 흑역사다. (…) 2009년에는 탈북자 인터넷 매체가 북한 화폐개혁을 가장 먼저 공개했다. 망신살이 뻗친 국정원은 발 빠르게 변신했다. 북한 ‘첩보’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정보’ 수준이 되면 서둘러 공개했다. 2013년 장성택 숙청이 대표적 사례다. (…) 지난 13일 국정원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설’을 놓고도 말이 많다. 북한은 ‘악취 풍기는 악담질’이라 비난하고, 일부 외신은 “여전히 북한 TV에 녹화영상이 나온다”며 의혹을 제기한다. 국내의 진보 인터넷 매체들도 덩달아 ‘국정원 음모론’을 부채질한다. 그래서 복수의 국정원 고위 관계자에게 물어보았다. -처형을 확신하는가? “99% 사실이다. 그가 숙청되지 않았다면 국정원이 문을 닫아야 한다.” -어떻게 알았는가. “4월 30일 처형 직후 감지했다. 김정은의 숙청이 빈발하면서 강건종합군관학교 사격장은 우리 테킨트(인공위성을 활용한 기술 정보)의 관심 지역이다.” (…) -현영철로 특정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 “물론 처형 대상자의 얼굴까지 식별할 수는 없다. 사람을 통해 수집하는 휴민트(인적 정보)와 감청을 통한 시긴트(통신 정보)로 교차 확인과정을 거쳤다.” -지난 13일 전격 공개한 이유는. “그 며칠 전부터 숙청 소문이 빠르게 나도는 조짐이 보였다. 국내외 언론에 나오기 전에 공개하자는 쪽으로 판단이 섰다. (…) (※”대통령이 공개를 지시했나”라는 질문에 이들은 “대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침묵했다.) (…) 물론 숙청을 믿든 안 믿든 그건 자유다. 하지만 근거 없는 음모론에 빠지지 않는 쪽이 정신건강에는 좋을 듯싶다.”

-국정원 “현영철 숙청은 99% 사실”(중앙일보 ‘이철호의 시시각각’ㆍ논설실장) ☞ 전문 보기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 숙청설’ 보도 과정은 ‘비정상적인’ 현재의 국정원 모습을 대중들에게 그대로 드러내 보여준다. 우리나라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확인 안 된 첩보로 본격적인 ‘정보장사’에 나선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국정원은 지난 13일 오전 8시30분 국회 정보위에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반역죄로 총살됐다”고 보고했다. (…) 국정원은 ‘현영철 처형설’에 대해 아직은 첩보 수준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는 곧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 국정원은 지난 대선 때의 댓글공작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자,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깜짝쇼에 더욱더 치중하는 것 같다. (…) 첩보를 이용한 장사를 접한 국민들은 국정원의 의도와 관련해 큰 의혹을 갖게 된다. 이번에도 ‘성완종 리스트를 덮기 위한 것’이라는 등 여러 의혹들이 떠다닌다. (…) 첩보는 틀릴 수도 있어 정보가 아니라 첩보로 분류되는 것이다. 가령 ‘현영철 처형설’이 틀린 첩보라면? 국정원이 입을 피해는 엄청나다. (…) 그런데도 정보도 아닌 첩보로 장사를 감행한 국정원의 속내를 알기 어렵다. (…) 국정원은 첩보장사의 유혹에서 벗어나 본연의 임무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영철 첩보’와 ‘정보장사꾼 국정원’(5월 18일자 한겨레 ‘싱크탱크 시각’ㆍ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 전문 보기

낙수 효과는 허구다. 성장은 갈등만 남겼다. 세습된 독식은 희망마저 앗았다. 이제 분배다.

“3년 전 임종을 앞둔 아버지는 폭탄 선언을 했다. “집은 둘째에게, 예금은 셋째에게 물려준다.” 친족들은 “아무리 그래도 맏이에게 뭐라도 남겨줘야 한다”고 술렁였다. 폐암에 걸린 아버지가 가쁘게 이유를 설명했다. “첫째는 많이 배웠고 동생들에 비해 살만하다”는 게 요지였다. (…) 정작 유산 한 푼 물려받지 못한 당사자 부부는 기꺼이 순종했다. (…) 아버지가 평생 살아온 자취가 고스란히 담긴 원칙을 토씨 하나까지 존중하고 싶었다. (…) 레퍼토리는 늘 같았다. “돈보다 우애가 중요하다.” (…) 둘째 아들이었던 아버지는 조부로부터 유산을 받지 못했다. (…)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비유컨대 윗대의 선(先) 성장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 장남에게 재산을 몰아줘야 집안 전체가 흥하리라는 순진한 기대는 부의 쏠림 현상과 갈등만 증폭시켰다. (…) 단언컨대 내 아버지만큼 성장과 분배 논쟁의 핵심을 명징하게 일깨워준 학자나 전문가를 나는 본 적이 없다. 부의 불평등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부른다. 노동자의 8할이 일하는 중소기업 평균 임금이 대기업의 절반 가량(62%)인데다 그 격차가 날로 벌어지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잘되면 중소기업, 나아가 서민들이 더불어 잘살게 되리라는 주장은 거짓말에 불과하다. 결정권을 쥔 누군가가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가계는, 공동체는, 국가는 행복할 수 없다. 다만 확실한 전제가 있다.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꾸준한 공감과 배려로 다져진 원칙이 바로 서야 순종이 뒤따른다. 원칙을 가장 큰 정치적 자산으로 여긴다는 대통령이 집권하는 나라에서 도무지 원칙을 찾을 수 없는 건 아이러니다.”

-아버지의 유산(한국일보 ‘36.5°’ㆍ고찬유 경제부 기자) ☞ 전문 보기

“지금 젊은이들은 미래의 희망을 접고 있습니다. 연예, 결혼, 출산, 인간관계, 주택구입, 희망, 꿈 등을 모두 포기한다 해서 ‘7포세대’로 불리고 있습니다. (…) 물론 극히 일부는 예외입니다. 한 언론인이 지적했듯 “지위와 부, 계급이 3대 이상으로 세습되는 체제”에서 부모를 잘 만난 소수의 사람들은 이런 걱정에서 처음부터 비켜나 있습니다. (…) 우리 시대의 스승 신영복은 ‘담론’(돌베개)에서 “지금까지의 성장 패턴을 지속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 ‘백낙청이 대전환의 길을 묻다’(창비)는 원로학자 백낙청이 ‘젊은’ 전문가들과 만나 우리 사회가 어떤 전환을 이뤄내야 하는지를 묻는 책입니다. (…) 경제편의 대담에서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은 (…) 한국 경제는 “거시경제 쪽에서 보면 세 가지가 핵심”이었다고 말합니다. “첫째가 물가를 올리면서 성장률을 높여왔고, 둘째는 환율을 계속 올리면서 수출을 늘려왔다는 것이죠. 물가나 환율이 오르면 우리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개인의 소득이나 자산가치가 줄어들죠. 셋째는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건설경기를 부추기면서 성장했습니다. 이런 세 가지 정책을 쓰면 단기적으로는 성장률이 조금 더 나아질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자산이나 소득의 분배구조를 크게 왜곡합니다. (중략)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꽤 빨리 성장해왔습니다만, 속으로 세 가지 정책의 부작용이 쌓여왔던 것이지요. 그런 부작용들이 모여서” 양극화나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이라는 분석이었습니다. (…) “불평등은 파국으로 가는 급행열차”라고 합니다. 이제 서둘러 우리가 그 열차를 멈춰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불평등, 파국으로 가는 급행열차(경향신문 ‘한기호의 다독다독(多讀多讀)’ㆍ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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