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시라, 드라마 '착않여'로 호평
“현숙이는 아내이자 딸, 며느리인 이 시대의 엄마를 대변하는 인물 아닐까요.”
배우 채시라(48)를 두고 ‘연기파’ ‘팔색조’라는 수식어를 쓴다. 다양한 역할에 도전해 호소력 짙은 연기로 대부분 성공하기 때문이다. 채시라는 최근 종영한 KBS2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고교에서 퇴학 당한 뒤 검정고시를 준비하다 과외교사인 대학생과 눈맞아 혼인 신고만 한 채 살아가는, 사연 많은 김현숙에 도전해 호평 받았다.
채시라는 19일 서울 신사동 스튜디오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좋은 드라마가 없는 시대에 현숙이라는 캐릭터를 만나 후회 없이 연기했다”고 말했다. 공부는 항상 1등만 했고 유명 아나운서로 이름을 떨친 언니 밑에서 주눅들어 자란 것도 모자라 퇴학 경력으로 제대로 된 인생 설계는 꿈도 못 꾼 세상에 대한 원망과 한이 서린 아줌마 역할이었다.
채시라는 “최근 만난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살아있고 정이 많이 가는 인물이었다”며 “현숙이는 어찌 보면 현실의 우리와 많이 다르지 않으니까 연기에 더 신이 나더라”고 말했다. 드라마 1, 2회에서 채시라는 울고 불고 막 뛰었다. 불법 도박장에 갔다가 경찰에 쫓기자 2층 건물 창문으로 뛰어내리는가 하면 눈물로 얼룩진 화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등 코믹과 감성이 오가는 명장면을 연기했다. 2년 반이라는 공백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채시라는 다른 배우와 달리 20대부터 이미지 망가지는 연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MBC ‘여명의 눈동자’ 속 일본군 위안부 윤여옥, ‘서울의 달’의 소시민 차영숙, ‘아들의 여자’ 속 팜므파탈 김채원, ‘아파트’의 털털한 싱글녀 나홍두 등 캐릭터가 변화무쌍했다. 서른 살에 KBS 사극 ‘왕과 비’에서 백발노인 인수대비를 훌륭하게 소화한 것도 이런 경험 덕분이다. 채시라는 “20대에는 예쁘다는 말보다 연기 잘한다는 말을 빨리 듣고 싶었다”며 “현대극 시대극 가리지 않고 도전했던 게 지금까지 온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숙의 퇴학이 무효라는 소식을 듣고 두 팔 쭉 뻗어 기뻐하는 장면은 친정 엄마도 인상적이라고 할 만큼 감동적인 장면이었다”고 돌이켰다. 또 “극 초반 도박장에서 두 주먹 불끈 쥐고 ‘예스’를 외치며 좋아하던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며 “통쾌하면서도 시원한 장면이지만 한편으로 씁쓸한 여운이 남는 그런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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