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자신을 ‘셀프 디스’해대지만 웃을 수 없다. 16일 tvN ‘SNL 코리아’에서 1년 반 만에 모습을 드러낸 개그맨 이수근을 보고 웃음기가 사라진 이야기다. 그는 ‘늑대 소년, 5년 후’ ‘글로벌 위켄드 와이’ 코너에 출연해 “푹 쉬라는 얘기” “한 때 잘나간 적도” “쓸데없는 짓을 해가지고” 등 자신의 과오를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 2013년 불법 도박 혐의로 기소돼 징역 6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고 ‘논란 연예인’으로 지목됐던 그였다.
그의 방송 복귀 소문에 여론은 들썩였다. 방송 복귀가 이르다는 쪽과 자숙했으니 무방하다는 쪽으로 갈렸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수근의 출연 분량을 보는 순간 막말 논란으로 방송계를 발칵 뒤집은 장동민이 스쳐서다.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여성 비하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생존자 비하 발언으로 전국민의 질타를 받은 장동민은 지난달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한다”며 여론을 잠재우려 했다. 그런데 기자회견을 끝내자마자 tvN ‘코미디 빅리그’의 녹화에 참여해 그야말로 코미디를 보여줬다. 평생 지우지 못할 죄를 지은 것처럼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던 그는 ‘국제시장 7080’ 코너에서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여자한테 멍청하다고 그래, 사과해 빨리!”라며 수 차례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사과를 하자마자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 사과 자체를 개그로 활용하자 시청자들은 헷갈렸다. 개그를 하려고 사과를 한 거냐며 사과의 진정성에 의심을 품는 건 당연했다. JTBC ‘크라임씬2’에서는 “아이씨” “가져와 이 XX야” “이 멍청이들아!” “너도 한 번 탈탈 털려봐야 돼” 등의 발언들을 버젓이 쏟아냈다. 반성의 기미는 고사하고 오히려 시청자를 우롱하는 듯해 보는 내내 불편했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물론 시청자가 물의를 일으킨 개그맨들에게 방송을 하차하고 무조건 더 자숙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청자가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을 수 없다면 개그맨과 제작진은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 개그맨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대중과 가깝다는 이유로 더 가혹한 잣대가 적용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오히려 그런 특성을 이용해 시청자들의 불편함을 아랑곳 않고 개그로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술수를 쓰는 듯하다.
요새 리얼리티 예능이나 토크쇼는 출연자의 실제 성격과 생각이 토대가 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도태되게 마련이다. 장기적으로 프로그램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논란의 개그맨들이 당장 ‘밥줄’을 위해 섣부르게 방송 활동을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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