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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차방호물이 문화예술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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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차방호물이 문화예술공간으로

입력
2015.05.1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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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동의 北 탱크 남하 저지용 시설

12년째 방치돼 도시의 흉물 전락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모델로 삼아

작업·전시 시설 갖춘 창작공간 조성

서울의 북쪽 맨 끄트머리엔 수상한 건물이 늘어서있다. 도봉산과 수락산 자락이 겹쳐지는 도봉구 도봉동의 창포원식물원 바로 위에 일렬로 길게 이어져 있는 낡은 1층짜리 콘크리트 건물 5개 동 이야기다. 창포원과 주말 농장 사이에 주변 경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건물마다 일정한 간격으로 창문과 같은 작은 구멍이 한 개씩만 뚫려있을 뿐 건물과 관련된 표시는 아무데도 없다. 건물 안쪽은 부숴진 콘크리트 조각과 토목 자재만 잔뜩 쌓여 있어 이 건물이 어떤 용도의 건물인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19일 인근 영농체험장에서 만난 최은숙(58)씨는 “건물 밖에서 봐도, 안을 들여다 봐도 도통 뭐하는 건물인지를 모르겠다”면서 “보기도 흉하고 안전에도 좋지 않아 빨리 정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건물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낡은 이 구조물은 북한 탱크가 남하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1969년에 건설된 대전차방호시설이다. 당초 이 대전차방호 시설 위에는 2층부터 4층까지 도봉 시민아파트가 있었다. 유사시 이 아파트 건물을 무너뜨려 탱크의 진입을 막으려 했던 것. 그래서 건물은 잘 쓰러뜨릴 수 있게 1층 부분은 2~4층 보다 홀쭉하게 지어졌다. 톡 치면 바로 넘어갈 수 있게. 하지만 건물이 너무 낡아 2~4층 아파트 부분은 지난 2004년 모두 철거되고 지금은 1층인 대전차방호시설만 남아 있다.

이 대전차방호시설이 12년째 방치돼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하자 서울시가 도시재생을 통해 활력 불어넣기에 나섰다. 시는 대전차방호시설 5개동(연면적 2,155㎡)을 문화예술창작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시는 분단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전차방호시설의 본래 기능은 유지한 채 시민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를 시도하기로 했다.

시는 모두 26억5,000만원을 들여 이 곳을 예술가 작업실과 교육장, 세미나실, 공동작업장, 전시공간 등을 갖춘 문화예술창작 공간 ‘다락(가칭)’으로 꾸밀 예정이다. 올해 15억원의 예산도 배정했다.

시는 대전차방호시설을 그대로 보존하며 이용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국방부 등과 협의를 통해 옹벽과 기둥 등 안전이 검증된 시설은 그대로 유치하고 낡은 지붕 등은 교체해 문화예술창작 공간으로 꾸민다는 것이다. 낡은 기차역을 화려한 미술관으로 바꾼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을 모델로 삼고 있다.

방호시설 양 옆으로는 길게 스트리트형 광장을 만들어 거리형 전시 공간과 산책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성할 계획이다. 각 건물마다 연결 통로 역시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옥상에는 다락방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휴식 공간으로 제공된다. 옥상에는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 에너지 절감에도 나선다. 시는 올해 말까지 대전차방호시설의 안전 진단과 구조보강, 기반시설 공사를 마무리하고 문화예술창작자 모집을 한 후 내년 10월 문화예술창작 공간 다락을 오픈할 계획이다.

정헌재 서울시 문화정책과장은 “대전차방호시설을 본래의 기능은 유지한 채 시민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재생을 할 계획”이라면서 “인근에 체육공원도 조성될 예정이어서 도시재생이 마무리되면 동북권 시민들을 위한 훌륭한 문화예술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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