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무장군대가 도시를 습격하던 35년 전의 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국가와 자본의 동맹 아래서 전답을 빼앗겨도, 해고와 차별을 당해도 그저 묵묵히 인내해야 하는 오늘의 형편이 더 위험하고 불행하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5ㆍ18민주화운동 35주년인 18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단식기도에 들어갔다. 사제단은 이날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사제단 대표 김인국 신부의 주례로 단식기도회 개막미사를 봉헌하고 열흘 간의 단식기도 일정을 시작했다.
사제단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단식 취지에 대해 “광복 70년, 광주민중항쟁 35년의 의미를 묻고 답하는 자리”라며 “정부가 수립되고 민주화가 달성됐다고는 하나 국가의 본질과 민주주의의 실상에 대해 근본적인 의심과 함께 심각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째서 우리의 국가는 (세월호 속) 아이들을 건져내지 않았으며, 오늘의 민주주의는 헐값에 팔리다가 일회용품처럼 폐기되는 아버지, 어머니들의 위태로운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세월호 정부 시행령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사제단은 “지난 1년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사고 원인 규명 시도들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조롱하며 무산시켰다”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출범조차 하지 못해 시름과 분노를 달랠 길이 없는 유가족들은 매 순간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금은 살아남기 위해 우리끼리 다투고 따질 때가 아니다”라며 “가엾은 약자끼리 무한경쟁을 펼치는 국가에서 누군가의 눈물 한 방울만으로도 홍수가 지는 연대의 나라로 성큼 건너가지 않는 한 우리의 배가 닿는 항구마다 광주와 세월호의 참극은 끝없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뿌리째 흔들리는 대한민국, 바다 깊은 곳에 좌초된 민주주의를 걱정하며 절박한 심정으로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사제단의 단식기도회는 각 교구에서도 나란히 진행된다. 청주교구 사제단이 18~23일 청주 청소년센터 제랄드홀에서, 안동교구가 19~22일 안동시 목성동 주교좌성당에서 단식기도회를 연다. 또 수원교구는 다음달 1~6일 안산합동분향소에서, 전주교구는 다음달 15~19일 전동성당에서 각각 단식기도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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