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투자 설명회마다 북새통
주택거래량 1년새 29% 증가 등
부동산 경기 호전 뚜렷
대형 건설사들 땅 확보에 열 올려
부실채권 사업장 인수도 적극적
#. 지난 4월 한화건설이 ‘킨텍스 꿈에그린’ 분양을 앞두고 경기도 일산에서 진행한 투자설명회에는 8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강당에 1,000명이 넘게 몰렸다. 예상보다 뜨거운 열기에 이 건설사는 청약 의향이 높은 300명을 별도로 뽑아 5월에 VIP 사업설명회를 따로 열기도 했다.
앞서 ‘장롱 속 청약통장을 올 상반기에 적극 활용하라’라는 주제로 열린 삼성물산 상반기 분양 설명회에서도 200명 모집에 350여명이 몰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실 거주 목적과 투자처로서의 주택 구입에 대한 질문이 비슷하게 쏟아졌고 연령대도 30~60대까지 다양했다”고 설명했다.
#. 롯데건설은 4월 초 TV홈쇼핑을 통해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들어설 ‘독산 롯데캐슬 골드파크3차’를 선보였다. 청약 전 홈쇼핑에 서울의 신규 아파트를 내보인 건 처음이었는데 상담예약 건수만 4,000여건을 돌파했다. 이런 인기는 며칠 뒤 진행한 청약접수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평균 4.15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1순위 마감된 것이다.
몇 년 간 암흑기였던 국내 주택시장이 올 봄 분양 훈풍을 타고 서서히 살아나면서 건설사들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금까지 분위기는 좋다. 주택거래량, 아파트 청약경쟁률, 집값 등 요즘은 부동산 통계 수치가 나왔다 하면 ‘사상 최대’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덩달아 각종 투자설명회와 견본주택은 늘 북새통을 이룬다. 건설사들은 이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분양 물량을 쏟아내는 한편 택지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흐름은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분양시장은 여전히 춘풍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주택거래량은 12만48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3% 증가했다. 통계 작성(2006년 4월) 이래 4월 기준으론 최고치다. 특히 서울 거래량(2만3,252건)이 폭발적(68%)으로 늘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계속되는 전세난에 따른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재편,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덩달아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을 잡기 위한 분양 경쟁도 뜨겁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에만 전국 51곳에서 총 3만8,157가구가 일반에 분양됐다. 전달(3만335가구)보다 25.8% 증가한 수치이자 올 들어 가장 많은 물량이다.
대형 건설사들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아파트 시공능력 상위 7개 건설사는 올해 5월부터 연말까지 전국 81곳에서 6만 4,156가구를 내놓는데 전체 물량(20만6,361가구)의 31.1%에 이른다.
우선 삼성물산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우성2차를 재건축해 짓는 래미안으로 10월 분양에 나선다. 전용면적 84~134㎡, 총 593가구 중 147가구가 일반 분양된다. GS건설은 서울 성동구 행당6구역에서 ‘서울숲파크자이’를 10월 일반 분양(1,034가구 중 294가구)한다. 포스코건설은 6월 경기 광교신도시 C4블록에 ‘더샵’을, 현대건설은 12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1-1구역에 ‘북아현힐스테이트’를, 대림산업은 6월 서울 성동구 옥수13구역에서 ‘e편한세상’을, 또 롯데건설은 10월 서울 은평구 수색4구역에서 ‘롯데캐슬’을 분양한다. 대우건설은 5월 말 경기 위례신도시 C2-4,5,6블록에 짓는 620가구 규모의 ‘위례우남역푸르지오’를 분양했다.
여경희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이들 7개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최근 2년간(2013~2014년) 모두 상승했는데 특히 GS건설의 ‘자이’는 2013년 4대 1에서 지난해 25대 1로 가장 크게 올랐고, 삼성물산의 ‘래미안’은 2년간 평균 경쟁률(2013년 28대 1, 2014년 30대 1)이 가장 높아 브랜드 파워를 보여줬다”며 “주요 브랜드의 청약 경쟁률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택지확보 경쟁도 치열
분양 대전과 더불어 건설사들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현장은 또 있다. 바로 알짜 땅 확보 전쟁. 대형 건설사들은 재개발ㆍ재건축 시장, 부실채권 사업장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GS건설은 3월에 서울 강동구 고덕 주공6단지의 시공사로 선정되는 등 올 들어 4월까지 성동구 행당6구역, 의정부 송산1구역 등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에서 공사비 기준으로 3조원 규모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작년 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이 2조원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불과 넉 달 만에 작년 실적을 초과 달성한 셈이다.
롯데건설도 올해 들어 부산 대연3구역 재개발, 자양1구역 재건축 등에서 1조6,000억원, 현대산업개발은 서울 마포구 신수1구역 재건축 등 6,000억원 가량의 도시정비사업을 각각 수주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같은 인기 사업의 경우 대형 건설사 간의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며 “각 사별로 도시정비사업 수주 인력을 강화하고 영업망을 확충하는 등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건설사들은 시행사나 건설사 부도 등으로 사업이 중단된 부실채권 사업장을 대안으로 찾기도 한다. 가령 현대산업개발은 올 초 김포 사우지구에서 사업이 중단된 부실채권 사업장을 군인공제회로부터 9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토지매수부터 인허가까지 장기간 소요되는 일반 토지 확보 방식과 달리 부실채권 사업장은 토지비가 시세보다 싼 편이고 사업 진척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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