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K 채병용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SK 오른손 투수 채병용(33)은 시즌 출발을 롱릴리프로 했다. 지난 시즌 5선발 자리를 지켰지만 올해 백인식(28)에게 그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베테랑답게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공을 던졌다. 지난달 16일 인천 넥센전에서 선발 트래비스 밴와트가 타구에 맞아 강판하자 급히 몸을 풀고 2회부터 나가 6이닝 퍼펙트 투구를 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채병용은 이날 호투를 발판 삼아 선발진에 합류했다. 4월24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로 처음 출격한 시점부터 지난 17일 잠실 LG전까지 4차례에 나가 2승2패를 기록했다. 최근 두 차례 등판에서 한 이닝 동안 대량 실점한 탓에 평균자책점은 19일 현재 4.64까지 치솟았지만 투구 내용은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다른 팀들이 선발 부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을 비춰볼 때 채병용만큼 믿음직한 5선발 자원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채병용이 가장 돋보이는 건 공격적인 투구다. 안타는 맞아도 괜찮지만 볼넷은 주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무장했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 당시에도 그는 "볼넷 없이 공격적으로 피칭을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채병용의 경기당 볼넷 허용 개수는 1.64개다. 3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 가운데 채병용보다 적은 볼넷을 내준 투수는 두산 유희관(1.17개)과 삼성 윤성환(1.28개), LG 헨리 소사(1.48개)뿐이다. 리그 톱 수준의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셈이다. 팀 내 선발 중 채병용 다음으로 볼넷 허용이 적은 투수는 메릴 켈리(2.18개)다. 윤희상과 김광현은 각각 3.54개, 3.57개로 많은 편이다.
채병용은 "올해 야구를 정말 하고 싶었다"고 했다. 매년 해오던 야구를 하고 싶었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그 동안의 부진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까지 생각이 많았다. 자신감도 떨어졌고, 페이스도 안 올라왔다"고 돌이켜봤다. 이어 "이 상태로 가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겨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또 감독님이 새로 오는 등 팀 분위기도 바뀌었다. 생각을 바꾸니 자신감도 다시 생겼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이재영(36)에 이어 투수조 '넘버2'가 된 채병용은 "고참으로서 내가 안일하면 안 된다"면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정말 하고 싶었던 야구를 제대로 하고 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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