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반도 안보’라는 미국의 기존 논리를 반복한 것이지만 미국 고위 인사의 사드 배치 관련 언급은 향후 우리 정부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케리 장관은 이날 방한 마지막 일정으로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를 방문해 미군 장병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무력 위협을 거론하면서 “우리는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드와 다른 것들에 관해 말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케리 장관은 “김정은은 매우 도발적인 행위를 일삼고 있다”면서 “유엔 협약을 위반해 핵무기를 만들고 우리가 러시아, 중국, 일본 등 북핵 관련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함께 억제하려고 하는 모든 것들을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케리 장관이 공개적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그가 주한미군 앞에서 사드를 거론한 것은 상당한 의지를 실은 작심 발언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이날 윤병세 외교장관과의 회담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사드에 대해 한 마디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지난 달 방한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도 “그 누구와도 사드 배치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케리 장관의 발언으로 한미 양국의 사드 논의는 공론화 단계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간 한미 양국은 공식적으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해 ‘3 NO’(요청·협의·결정 없음) 입장을 고수해 왔다. 다만 최근 미국 방위산업업체인 록히드마틴 관계자들이 사드 구입 의사를 타진하기 위해 방한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등 사드 논의를 둘러싼 양국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터였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시험 발사 등 북한의 무력 위협이 가시화면서 한반도 사드 배치 논의는 더욱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케리 장관이 커티스 스캐퍼 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의 요청에 원칙적으로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강조했다고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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