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아유타국의 슈리라트나 공주
가야에 시집 와 허씨의 시조모
종친회서 해마다 인도 방문해 제사
방한 모디 총리, 만찬장서 언급 화제
해마다 3월이 되면 한 무리의 한국인들이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UP)주에 위치한 한 공원을 찾아 제사를 지낸다. 이들이 제사를 지내는 비석에는 김수로 왕의 아내 이름인 ‘허황옥’이라는 세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먼 인도 땅에 왜 가야국의 첫 왕비 이름이 남아 있는 걸까. 그리고 해마다 이 비석 앞에서 예를 갖추는 이들은 누구일까. 한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8일 경희대 만찬에서 “수백년 전 인도 공주가 한국에 와서 일가를 이뤘고, 그 후손들이 지금도 인도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 비석의 사연이 새삼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비석을 둘러싼 이야기는 약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유사 가락국(가야)기에 따르면 고대 아유타국(현재 인도의 UP주로 추정)의 슈리라트나 공주는 16세가 되던 서기 48년 배를 타고 항해한 끝에 망산도(현재 경남 진해)에 도착했다. 삼국유사에 당시 김수로 왕이 망산도에 그녀를 마중 나왔다고 기록돼 있어 후대 학자들은 양측이 사전에 혼담을 주고 받았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후 김수로 왕이 공주에게 허황옥이라는 이름을 하사하면서 그녀는 허씨의 시조모가 됐다. 특히 10명의 아들 중 둘째, 셋째 아들이 어머니 성을 물려 받아 현재까지도 허씨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후 허씨의 후손들은 김해 허씨, 양천 허씨, 태인 허씨, 하양 허씨 등 6개 본관으로 나뉘었고 이 중에는 당 현종으로부터 성을 하사 받아 인천 이씨의 시조가 된 이도 있다. 이들은 시조가 같기 때문에 성과 본관이 달라도 같은 가락중앙종친회에 속해 여전히 서로 결혼을 하지 않는 전통이 있다.
바로 이들이 인도를 방문해 허 왕후에게 제사를 지내는 주인공들이다. 종친회는 2001년 UP주 아요디아시 공원에 ‘허황옥 공주 유허비(遺墟碑)’라 새겨진 기념비를 세우고 매년 50~100여명이 현지를 방문해 일주일간 체류하며 제사를 지낸다. 종친회 김칠수 사무총장은 “기념비가 고대 양국 교류사의 상징으로 부각하면서 UP주 정부가 예산 10억원을 배정해 공원 면적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리자는 제안을 해와 검토 중”이라며 “모디 총리가 2,000년 전 양국간 인연을 언급한 만큼 공원 재정비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비쳤다. 김 사무총장은 또 “지난달 김기재 종친회장(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UP주를 방문했을 당시 주 관계자가 경남도와 자매결연을 맺고 싶다는 의사를 비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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