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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이 뭔가요?… 학교서도 잘 안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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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이 뭔가요?… 학교서도 잘 안 배워요"

입력
2015.05.1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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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서울광장서 '5·18 골든벨'

민주묘지명 등 질문에 갸우뚱

조기 탈락 속출… 국가기념일 무색

"많은 의미 담긴 줄 몰랐어요'

입시 위주 주입식 수업의 한계

"외부행사 등 계기교육이 필요"

5·18 민주화운동 제35주년을 기념해 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골든벨 퀴즈대회에 참가한 중·고교 학생들이 정답을 맞힌 뒤 환호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k.co.kr
5·18 민주화운동 제35주년을 기념해 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골든벨 퀴즈대회에 참가한 중·고교 학생들이 정답을 맞힌 뒤 환호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k.co.kr

“5ㆍ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는 방화, 약탈 등이 대규모로 진행됐다. 맞으면 ○, 틀리면 X로 답해주세요.”

사회자의 말이 떨어지자 푸른색 챙모자를 쓴 100여명의 학생들이 X자가 그려진 화이트보드를 머리 위로 높이 들었다. 첫 문제는 단 한 명의 탈락자 없이 모두 통과했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문제가 이어질수록 학생들의 표정은 어두워져 갔다. 광주에 있는 ‘국립5ㆍ18민주묘지’의 정확한 이름을 묻거나 김준태 시인의 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다룬 수준 높은 질문에는 고개를 갸우뚱할 뿐 아예 문제를 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18일 오전 5ㆍ18서울기념사업회가 서울광장에서 개최한 ‘울려라 민주의 종 5ㆍ18 골든벨’ 퀴즈대회의 풍경이다. 대회는 올해로 11번째를 맞았다. 그러나 이날 출제된 25개 문항을 모두 통과한 참가자는 없었다. 조기에 탈락자가 속출했기 때문에 막판에는 정답에 근접한 오답자 가운데 스피드 퀴즈식으로 우열을 가려야 했다. 골든벨에 참가한 서울 인왕중 3학년 오수진(15)양은 “5ㆍ18은 학교 시험에서 잠깐 언급되는 정도였다”며 “민주화운동에 이토록 많은 사건과 의미가 담겨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대상을 받은 경기 고양 신능중 2학년 한예원(14)양도 “쉬는 시간과 방과 후에 틈틈이 공부하지 않았다면 수업 내용만으로 문제를 이해하는 것조차 어려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청소년들에게 35년 전 이날은 더 이상 기억해야 할 아픈 역사가 아니다. ‘광주사태’로 폄하돼 불렸던 5ㆍ18은 오랜 투쟁을 거쳐 민주화운동으로 격상됐다. 1997년엔 국가기념일로 공식 지정됐다. 하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 보수화한 사회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학생들이 5ㆍ18의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소수이긴 하지만 극우 커뮤니티에서 5ㆍ18 희생자를 폭도로 매도하는 그릇된 인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도 있다.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홍모(39) 교사는 “‘5ㆍ18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렇다’고 답하는 학생은 한 학급에서 많아야 두세 명 수준”이라며 “국가기념일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도 문예공모전 형식으로 진행돼 최대 1,000여명이 참가했던 지난해와 비교해 참여 인원이 1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세대가 5ㆍ18을 외면하는 것은 주입식 위주의 학교 교육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사회ㆍ역사교과서에서 5ㆍ18을 다루고 있기는 하나,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해 암기만 한다면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대회 관계자는 “이날 퀴즈도 80년 광주항쟁부터 97년 국가기념일 제정까지 5ㆍ18과 관련한 전반적 상식을 토대로 제출됐지만 시대사적 의의를 이해하는 참가자는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현충일 등 지정 시기가 오래된 국가기념일과 달리 5ㆍ18은 비교적 기간이 짧아 정부 차원의 홍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청소년의 외면을 받은 한 요인으로 꼽힌다.

대안으로 외부행사 등 계기교육을 활성화하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으나 학교 사정에 따라 교육 여부는 갈리고 있다. 골든벨에 참가한 신능중 김세진(41ㆍ여) 교사는 “바쁜 일과로 인해 대회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교사가 태반”이라며 “외부행사 참가는 학교장 결재가 필요해 학교장 성향에 따라 학생들의 경험 폭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학부모 김해숙(40ㆍ여)씨는 “학교에서 5ㆍ18 행사 소식을 전달받은 것이 없어 따로 참가했다. 학부모라도 불편한 현대사에 대해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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