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남달랐습니다. 16세 시절 친구를 위해 부른 생일 축하 노래에서도 프로 기질이 엿보였습니다. 솟구치다 급속히 가라앉고 다시 솟아오르는 굴곡 심한 그의 노래가 영화 초반부터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재즈를 유난히 사랑했던 소녀가 단숨에 대중의 별이 되었다가 혜성처럼 소멸되는 과정에 가슴이 저렸습니다. 요절한 영국 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1983~2011)의 삶을 불러낸 다큐멘터리 ‘에이미’로 제68회 칸국제영화제의 지난 주말은 우수에 젖었습니다. ‘에이미’는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대됐습니다.
영화는 남달랐던 와인하우스의 삶에 초점을 맞춥니다. 어린 시절 가족이나 친구들이 찍은 비디오 등 각종 영상 자료로 와인하우스의 삶을 재구성합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던 와인하우스는 음악과 남자에 의존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빼어난 재능은 그를 당연한 듯 가수의 길로 이끌었고 스타로 만들었습니다. 스타가 된 뒤 와인하우스는 무절제한 생활로 빠르게 몰락의 길을 걷습니다. 언론은 천재 가수의 탄생에 갈채를 보내다가 그의 기행에 호기심을 드러내고 불법적인 행동에 조소를 보내며 와인하우스를 소비해 나갑니다. 천재는 지구에서 빨리 사라지기 위해 악다구니를 쓰는 양 술에 절고 마약을 탐닉합니다.
영화에는 남자친구와의 기행, 마약을 한 뒤 동공이 풀린 와인하우스의 모습 등 희귀 영상이 포함돼 있습니다. 와인하우스의 아버지와 예전 남자친구, 프로듀서, 매니저, 보디가드 등 주변 인물들의 증언도 와인하우스의 삶을 스크린에 복원시킵니다.
불나방처럼 살다간 와인하우스의 짧고 굵은 삶은 스크린에 빠져들기에 충분합니다. 리듬감 있는 편집이 스타의 불우한 삶과 공명하며 가슴을 칩니다. 무엇보다 귓전에 맴도는 와인하우스의 음악이 매혹적입니다. 읊조리고 내지르고 항변하듯 속삭이는 목소리의 향연이 천재 가수의 요절을 더욱 안타깝게 합니다. 칸영화제 전반부 상영작 중 손에 꼽을만한 수작입니다.
올해 칸영화제는 수작의 흉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감독들의 신작들이 미지근한 반응을 얻거나 악평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바닷가 일기’로 경쟁부문을 찾은 일본 예술영화의 간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연출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미국 독립영화계의 대가 구스 반 산트의 ‘나무의 바다’는 작품의 완성도가 워낙 떨어져 상영회 중 야유까지 받았습니다.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난니 모레티의 ‘나의 어머니’도 범작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게 나옵니다. 비경쟁부문에 상영된 ‘에이미’가 호평 받고 있는 것과 크게 비교됩니다.
의문이 일기도 합니다. ‘에이미’는 왜 경쟁부문에 오지 못했을까요. 영화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이나 이런 의혹을 품을 만도 합니다. 칸영화제는 전통적으로 다큐멘터리에 인색합니다. 2004년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911’에 황금종려상을 안긴 역사가 있으나 다큐멘터리 영화의 경쟁부문 초청조차 그리 많지 않습니다. 스타에 대한 영화 ‘에이미’가 정작 초대할 스타가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힙니다. ‘에이미’를 연출한 아시프 카파디아 감독은 무명에 가깝습니다. ‘로저와 나’로 이미 유명 영화인이었던 무어 감독과는 전혀 다른 상황입니다.
경쟁부문에 초대되지 않았다고 하나 ‘에이미’는 볼만한, 음악팬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입니다. 한국 수입도 결정됐다는 합니다. 칸을 적신 와인하우스의 목소리가 국내 극장가를 울린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칸=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https://www.youtube.com/watch?v=DukrkJt7Z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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