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테리우스' 안정환(39)은 은퇴했고, '게으른 천재' 고종수(36)는 수원 삼성 블루윙즈서 코치로 일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이들과 함께 'K리그 트로이카'의 한 축을 담당했던 '라이언킹' 이동국(36·전북 현대)은 지금까지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1998년 K리그 최우수선수(MVP)는 고종수였다. 이동국은 당시 고종수에 밀려 신인왕을 거머쥐는 데 만족해야 했다. 1999년 MVP는 안정환이 수상했다. 데뷔 초반 이동국은 분명 리그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 중 한 명이었지만, 고종수, 안정환과의 비교에서는 뒷전에 밀렸다.
2000년 안정환이 이탈리아 AC 페루자에 입단하자 이동국은 이듬해 독일 브레멘으로 이적했다. 2007년에는 잉글랜드 미들즈브러로 둥지를 옮기며 한 차례 더 도전을 감행했지만 둘 다 결과는 실패였다.
고배를 마시고 2008년 K리그에 복귀한 이동국은 2009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동국은 그해 득점왕과 함께 생애 첫 MVP를 차지했다. 데뷔 12년 만이다. 그는 K리그 신인왕과 MVP를 모두 보유한 선수가 됐다. 신인 시절 경쟁했던 고종수와 안정환은 리그 신인왕을 수상한 적이 없다.
물론 세 선수는 각자 다른 길을 걸었다. 한국 축구에 남긴 업적만 놓고 보면 2002 한일월드컵서 4강 신화의 주역이 된 안정환이 단연 우세다. 그러나 결국 끝까지 그라운드에서 살아남은 선수는 이동국이다.
이동국은 올 시즌 K리그 10경기에 나서 3골(리그 10위) 2도움(12위)을 기록 중이다. 그는 지난 16일 대전 시티즌과 경기에서 K리그 통산 170번째 골을 터뜨렸다. 이동국은 K리그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는 대표적인 선수다.
이동국은 에두와 함께 전북 현대의 독주를 이끌고 있다. 이동국은 '외인' 에두, 레오나르도와 '토종' 이재성, 한교원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베테랑으로서 그라운드 위의 정신적 지주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 그는 이번 ACL에서 4골을 기록했다. ACL 통산 27골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있기도 하다.
K리그에서나 ACL에서나 이동국의 득점은 곧 기록 경신을 의미한다.
전북은 오는 19일 오후 전주 월드컵경기장서 열리는 ACL 16강에서 베이징 궈안과 1차전을 치른다. 조별라운드서 3승2무1패(승점 11)로 2위에 그친 전북은 G조 1위로 16강에 올라온 베이징을 꺾고 8강 진출을 확정하겠다는 각오다. 이날 이동국은 '단짝' 에두와 투톱을 이뤄 최전방을 맡는다.
이동국은 안정환만큼 월드컵에서 활약하지도 못했고 고종수만큼 단기간 임팩트가 뛰어나지도 않았다. 그러나 K리그, ACL에서 누구도 넘보지 못한 기록들을 써내려 가고 있다. 한때 그와 경쟁했던 이들은 하나 둘 은퇴했지만, 이동국은 여전히 그라운드에서 활약하며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오랜 세월 훌륭한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이동국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진= 이동국(왼쪽, 출처 전북 현대 공식 홈페이지).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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