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부터는 은행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집이나 사무실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된다. 금융기관들이 온라인을 통해서도 새로 거래를 하려는 사람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길을 터줬기 때문이다. 1993년 대통령 긴급명령을 통해 금융실명제가 도입된 이후 줄곧 유지돼 온 “실명 확인은 대면으로만 이뤄져야 한다”는 금융실명제의 법 해석이 22년 만에 바뀌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비대면 실명확인 방안을 18일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관은 고객이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신분증 사본 온라인 제출 ▦영상통화를 통한 본인 확인 ▦현금카드 전달 시 신분 확인 ▦기존 계좌를 통한 신분 확인 등 네 가지 방법 중 두 가지 방법으로 거래 개시자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다. ★관련기사 2면
금융위는 두 가지 방법으로 신분이 확인된 이후에도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휴대전화를 통한 본인인증 등의 방식을 한 번 더 거치는 것을 권장하기로 했다. 결국 3중 인증을 통해 신분을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금융위는 처음 거래를 시작할 때뿐만 아니라 현금카드, 보안카드, 공인인증서,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카드) 등을 만드는 것도 비대면 거래를 통해 가능하도록 했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실명제의 두 가지 원칙이 실명거래와 대면확인인데 그 중 하나를 22년 만에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현재 금융 거래에서는 처음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 고객은 금융회사 점포를 직접 찾아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고, 창구 직원이 고객의 얼굴과 신분증 사진을 확인하여 실명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금융위가 ‘비대면 확인’을 허용하기로 한 것은 정보통신(IT) 기술 발달로 금융 거래의 90% 가량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상황에서 신분 확인만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자인증 등 본인확인 기술의 발달로 금융을 제외한 다양한 분야에서 온라인 실명 확인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도 반영했다.
비대면 실명확인은 은행권에서 올해 12월부터 먼저 시행된다. 은행들은 8월까지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11월까지 시스템 및 보안성 테스트를 거칠 예정이다. 이어 내년 3월부터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저축은행 농ㆍ수ㆍ신협 새마을금고 우체국 등 기타 금융권에서도 시행될 예정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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