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연극ㆍ뮤지컬 공연장 중장년층 눈에 띄네
알림

연극ㆍ뮤지컬 공연장 중장년층 눈에 띄네

입력
2015.05.18 15:56
0 0

작년 인터파크 전체 예매자 중 40대 이상이 21%… 티켓 파워 실감

"작품당 최고 70~80% 점유도"

중장년 갈 만한 극장 늘고 인문학 붐 타고 고전 기획공연 많아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상록(63)씨는 지난 주말 뮤지컬 ‘영웅’과 연극 ‘데스트랩’을 연이어 관람했다. 오후 5시 ‘영웅’ 공연이 끝나자마자 택시를 타고 대학로로 향한 이씨는 저녁을 극장 근처에서 간단하게 해결하고 20~30대 젊은 관객들과 함께 ‘데스트랩’을 즐겼다. 이씨는 “재작년 건강이 나빠지고 나서 취미를 등산, 여행에서 공연 관람으로 바꿨다”며 “주차하기 좋은 예술의전당을 주로 찾는데, 대학로 소극장도 배우를 가까이에서 보는 재미에 가끔 들린다”고 말했다.

공연을 관람하는 중장년 관객이 크게 늘고 있다. 공연 예매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인터파크가 최근 5년간 공연예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40대 이상 중장년 공연 예매자가 2010년 14%에서 지난해 20.9%로 5년 새 6.9%포인트 늘었다. 50% 가까운 성장률이다. 인터파크 공연 매출액이 2010년 2,188억원에서 2014년 4,029억원으로 는 것을 감안하면 중장년의 공연시장이 눈에 띄게 확장한 셈이다.

공연 장르 중에서도 클래식, 무용 등에 중장년 관객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연극, 뮤지컬 같은 20~30대 젊은 층을 겨냥한 장르에서 중장년 관객이 빠르게 증가했다. 2010년 40대 이상 연극, 뮤지컬 예매자는 각각 9%, 13%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17.5% 20.6%까지 늘었다. 부모님이 볼 공연을 자녀가 대신 예매하는 경우를 감안하면 중장년 공연시장은 수치로 확인된 것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명동예술극장의 홍보담당 정현주씨는 “인터파크 티켓판매는 통상 30% 미만이고, 전화 예매가 70%에 달해 전화상담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할 정도다. 작품 당 최고 70~80%가 40대 이상일 정도로 중장년 관객이 많다”고 말했다.

중장년 공연시장이 빠르게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선경 인터파크 홍보과장은 “공연 시장은 다른 재화와 달리 수요가 상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상품이 수요를 만든다”며 “중장년을 타깃으로 한 작품이 많이 제작돼 흥행에 성공하면서 중장년 공연시장을 창출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2009년 개관한 명동예술극장을 비롯해 2012년 리모델링한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배우 조재현씨가 지난해 대학로에 문을 연 수현재 등 중장년들이 갈만한 공연장, 즉 인프라가 갖춰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명동예술극장에서 프로그램 기획을 담당했던 정명주 국립극단 홍보팀장은 “애초부터 70~80년대 명동에서 연극을 본 중장년을 타깃으로 한 극장으로 개관했고, 이들이 볼만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 전략이 주효했다. 관객 모니터링을 하면 10~20년 만에 극장에 다시 왔다는 중장년 관객들이 꽤 된다”고 말했다. 박민정 예술의전당 공연기획부장은 “예술의전당 연극 관람객 상당수가 십수년 간 연극을 본 적 없는 분들로,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클래식을 주로 봤던 관객들이 CJ토월극장이 개관함에 따라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동숭동에 개관한 수현재는 차별화 전략으로 ‘중년이 갈만한 대학로 극장’을 들고 나왔다. 박혜숙 수현재컴퍼니 홍보팀장은 “대학로에 중장년도 갈만한 극장을 만들자는 생각에 연극 ‘황금연못’ ‘민들레 바람되어’를 공연했는데, 40대 이상 관객이 70%였다”라고 말했다.

인문학 붐이 일었던 이 시기, 중대형 극장들이 고전 연극을 레퍼토리로 선보인 것 역시 중장년 공연시장이 확대된 이유로 꼽힌다. 정명주 팀장은 “매년 여름 비수기에 코미디물을 공연했는데, 재작년 제작에 문제가 생겨 급하게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를 올렸고 객석점유율이 97%에 달했다. 이후 여름마다 고전작품을 선보이기로 기획 방향을 바꾸었다”며 “비슷한 시기 국립극장, 예술의전당 등이 기획 프로그램으로 고전을 자주 올렸고, 중장년 관객층을 다시 불러왔다. 유럽에서도 흥행이 잘 안 되는 단테의 ‘신곡’마저 국내에서 모두 성공했다. 인문학에 대한 향수가 큰 세대를 자극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년 TV 탤런트들이 연극무대로 역진출한 영향도 있다. 한 공연기획 관계자는 “tvN ‘미생’처럼 연극배우들이 드라마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면서 탤런트들 사이에 위기의식이 생겼다고 들었다. 무대에 서려고 먼저 제안하는 탤런트들이 확실히 늘었고, 얼굴이 알려졌으니 흥행도 잘 되는 편”이라며 “무대에서 연기력을 증명하려는 트렌드가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중견배우 김성령이 ‘미스프랑스’로, 올해 초 박정수가 ‘다우트’로 연극 무대에 데뷔했고, 노주현 역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로 올 봄 30여년 만에 무대에 섰다. 행정가로 외도를 한 김명곤 전 국립극장 극장장과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도 각각 연극 ‘아버지’ ‘페리클레스’를 공연 중이다.

중장년 관람객이 늘자 이들을 대상으로 한 극장은 더 늘고 있다. 지난 1일 동숭동에 문을 연 동양예술극장은 수현재와 마찬가지로 ‘중장년도 갈만한 대학로극장’을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개막작 ‘아버지’를 선보이고 있다. 유인태 동양예술극장 대표는 “20~30대는 물론 중장년과 가족단위 관람객이 볼만한 연극을 선보이겠다”며 “중장년 관객을 타깃으로 한 기획 공연을 한해 3편 이상 무대에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