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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축구와 야구

입력
2015.05.1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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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때부터 스포츠 경기를 좋아했다. 처음엔 축구. 지금처럼 국내외 프로리그 중계가 성행하지 않았다. 흑백 TV에선 국가대항전이 자주 방영됐다. 가장 또렷하게 기억나는 경기는 1980년 쿠웨이트에서 열린 아시안컵 준결승. 잠들었다가 TV 소리에 깨서는 졸린 눈을 부비며 봤다. 북한과의 일전. 종료 10분 전까지 1 대 0으로 뒤지고 있다가 정해원 선수의 연속골로 2대1 역전. 결승에선 홈팀 텃세와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쿠웨이트에게 3대0으로 졌으나, 북한을 꺾었다는 사실만으로 선수단 귀국 때 거창한 환영행사가 펼쳐졌다. 그 이후 나는 어린 축구팬이 되었다. 그러다가 2년 후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주로 공을 차던 골목에 야구배트와 글러브가 등장했고, 공은 빠르나 체력은 약한, 3회를 못 버티는 동네 에이스가 되었다. 당연히 고향 팀을 응원했다. 그 팀은 프로야구 3년차 때 처음 우승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안경잡이 무쇠팔 투수의 역투는 여전한 전설이다. 그런데, 두 종목 다 흥미로웠으나, 웬일인지 그때에도 축구와 야구는 별로 안 친했던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사이가 안 좋아 보인다. 방송사는 야구를 편애하고 광고주들도 축구는 돈이 안 된다고 여기는 듯하다. 이해는 되나, 찝찝하다. 그들의 모략과 계산을 별로 납득하고 싶지 않다. 왜 싸우나. 스포츠맨십이라곤 일천한, 돔 지붕 아래 모리배들처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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