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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 적자인데 마냥 줄이자니… 은행들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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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 적자인데 마냥 줄이자니… 은행들 고민

입력
2015.05.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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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수수료 인하 후 적자 전환

보안사고로 비용 부담도 가중

작년 한 해만 1800개 사라져

보급률 세계 1위… 과잉 지적도

고객 반발 우려 자체 감축에 한계

은행 공동 운영 등 대안 필요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의 지하 1층에는 국민 기업 신한 외환 우리 하나 등 무려 6개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나란히 들어서 있다. 서울 여의도의 금융감독원 지하 1층도 마찬가지다. 국민 기업 농협 신한 우리 SC 등 6개 은행의 ATM기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 빌딩들이 여러 개의 ATM기를 유치한 것은 임대료 수입을 올리고 직원들의 편의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은행들 입장에서 이런 기기들은 ‘계륵’에 가깝다. 수익이 나려면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 설치해야 하지만 이런 곳들은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탓이다. 더욱이 이렇게 여러 은행이 몰려 있는 경우 ‘타행 이체’ 등 수수료가 높은 거래의 발생이 줄어들어 수익은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건물 내 상주하고 있는 1,000~2,000명의 대기업 고객을 위해 일종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런 곳들일수록 임대료는커녕 전기료도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전국에 5만여개에 달하는 자동화기기(ATMㆍCD)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거 출혈 경쟁이 한창일 때 기기수를 잔뜩 늘려놓았지만 수수료 인하 후 대부분 적자를 보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보안사고마저 잇따라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중복 투자를 막고 소비자 편익은 유지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동화기기의 공동운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 자동화기기수는 2012년 5만1,023개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3년 5만560개, 지난해 4만8,717개로 감소추세다. 작년 한 해에만 1,800여개의 자동화기기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자동화기기가 감소하는 것은 그만큼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분석 결과 2012년 은행들은 자동화기기에서 3,099억원의 수입을 올린 반면 3,942억원의 비용을 지출했다. 총 손실액은 844억원으로 2012년 자동화기기 수(5만1,023대)로 나누면 대당 약 166만원의 손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2011년 금융당국의 수수료 인하 압력에 따라 자동화기기 수수료를 최대 50% 낮춘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ATM은 한 해 순수 운영비만 1,000만원이 넘는데 기계값, 설치비 등까지 포함하면 설치연도에는 최대 5,000만원까지 들어간다”고 말했다.

ATM기에서 카드 복제기가 발견되는 등 보안사고가 연달아 터지고 있는 것도 은행들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복제 방지를 위한 특수 장치를 설치하고 보안 점검을 강화해야 하는 탓이다.

자동화기기 자체가 과잉 상태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세계은행(WB)이 2012년 기준으로 조사한 인구 10만명당 자동화기기 숫자는 우리나라가 282대로 미국(173대) 일본(128대) 등을 크게 앞서며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문제는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자동화기기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자동화기기 자체가 은행에 직접적인 수익을 주는 사업이라기보다 금융서비스를 전달하는 채널에 가까운 데다 섣불리 기기를 줄일 경우 고객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사회적인 비용을 줄이는 차원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이 공동으로 자동화코너를 운영할 경우 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고, 타행 공동망 이용수수료를 면제받는 등 고객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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