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소리 시끄럽다" 경찰 신고 등
아랫층 30대 부부, 도 넘은 항의
계단에서 밀어 타박상 입히고도
시치미 떼며 "무고죄 신고" 으름장
7개월 수사 끝 거짓말 드러나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가진 사회복지사 A(51ㆍ여)씨의 삶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기 시작한 건 2013년 1월, 아랫집에 30대 부부가 이사오면서부터였다. 서울 강서구 소재 빌라에 홀로 살던 A씨는 층간소음 문제로 이들 부부와 사사건건 부딪쳤다. 밥을 해먹기 위해 주방에 있으면 달그락 소리가 난다고 올라와 문을 두드렸고, 바닥에서 생선 뼈를 손질이라도 할라 치면 곧장 항의가 이어졌다.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웃다 아랫집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청소기와 세탁기를 돌리는 것마저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A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물론 아랫집 부부도 이유는 있었다. “이른 새벽에 일을 나가기 때문에 오후 8시면 한밤중이다. 조용히 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A씨는 층간소음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이웃이 매정하게만 느껴졌다.
결정적 사건은 지난해 9월 발생했다. 결혼을 앞둔 아들의 사돈댁이 집을 방문한 날 식사를 대접하고 담소를 나눌 때였다. 두 살, 네 살 난 사돈댁 아이들이 몇 분간 뛰어 놀았을까. 아랫집 여성이 어김없이 뛰어 올라왔다. A씨가 “오늘만큼은 시끄럽게 한 점을 인정한다. 중요한 손님이 와 있으니 하루만 봐달라”고 정중히 부탁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20분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남편이 찾아와 윽박질렀다.
정작 문제는 다음 날 터졌다. A씨가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는 순간, 아랫집 여성이 쫓아와 막아 섰다. 그는 “더 이상은 못 참는다”며 말싸움을 벌이다 A씨를 계단에서 밀었다. 계단에서 굴러 바닥으로 떨어진 A씨는 오른쪽 복숭아뼈와 왼쪽 무릎에 타박상을 입었고, 곧장 112에 신고했다. 하지만 아랫집 여성은 생후 몇 개월 되지 않은 아기를 안고 나와 모르쇠로 일관했다. 자신은 그 시간에 아이를 보고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이 여성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A씨를 무고죄로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서울 강서경찰서 곰달래지구대 홍현석 경사는 17일 “A씨의 스타킹이 찢어져 피가 나는 등 피해자 진술과 실제 상황이 일치하는데도 아랫집 여성은 막무가내로 혐의를 부인했다”고 말했다. 사건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자 A씨는 자다가 수시로 벌떡 깨고 우울증 증세까지 얻었다. 웃음 많던 쾌활한 성격은 어둡게 변해갔다.
다행히 거짓말은 오래가지 못했다. 목격자도 폐쇄회로(CC)TV도 없었지만 수사기관은 대질신문과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해 A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어서 믿을 만하다고 결론 내렸다. 7개월 간의 악몽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서울남부지검은 A씨를 계단에서 밀어 다치게 한 혐의(상해)로 아랫집 여성 정모(34)씨를 최근 300만원의 벌금형에 약식 기소했다. A씨는 “출동한 경찰의 도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피해자인데도 도리어 피의자가 될 뻔한 걸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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