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여당 상대하는 野대표보다 당내 갈등 한복판서 조명" 분석
호남 민심 얻기 위해 노력에도 싸늘한 정서 반전은 과제 시사
탈당 정동영ㆍ천정배 상위권에… 구심력보다 원심력 심화 반영
‘노무현의 그림자’와 ‘4.29 재보선 패배’의 후유증에 시달린 100일. 온라인에 비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모습이다. 당 대표 취임 당일(4만512건)과 이승만ㆍ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이튿날(2월 9일, 4만3,040건) 폭발적이었던 문 대표에 대한 네티즌들의 하루 평균 언급량은 이후 1만~2만 초반 대로 떨어져 소강 상태를 보이다 4ㆍ29 재보선 직후 3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재보선 패배와 이후 당의 내홍에 대한 언급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당내 갈등 깊어지면서 ‘문재인=친노’ 프레임 강화
온라인에서는 친노ㆍ비노 계파 갈등과 함께 증폭된 내홍에 집중됐다. ‘노무현(8만2,000여건)’이라는 단어가 문 대표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중 6위를, 인물 연관어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박근혜 대통령(10만3,000여건). ‘친노’ 역시 전체 연관어 순위에서 9위에 올랐다. 박 대통령이 연관어 1위인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2위에 오른 것은 의미 심장하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문 대표가 노무현의 그림자를 넘어 홀로서기를 하는데 아직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게다가 당 안팎에서 문 대표를 비판ㆍ공격할 때 단골로 꺼내 쓰는 ‘친노 프레임’이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강화됐음을 말해 준다”고 말했다.
문 대표와 함께 언급된 인물의 경우 당을 떠나 재보선에 출마했던 정동영(5위) 전 의원 및 천정배(8위) 의원이 상위권에 올랐고, 비노계로 분류되며 문 대표와 대척점에 있거나 경쟁 관계인 박지원(9위)ㆍ김한길(11위)ㆍ주승용(13위)ㆍ조경태(13위)ㆍ박주선(19위) 의원 등이 자주 언급됐다. 당의 구심력은 약해지고 원심력이 강해지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이들이 김무성(6위) 새누리당 대표, 이완구(10위) 전 총리 등 여권 정치인에 버금가는 순위에 올랐다는 점은, 문 대표가 네티즌들에게는 정부, 여당을 상대하는 야당 대표로서 역할보다 당내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는 야권의 주요 정치인으로 조명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빅 데이터를 분석한 스토리 닷 측은 “문 대표를 지원해 주는 인물은 거의 없고 대부분 경쟁자이거나 비판 세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외로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호남 민심 얻고, 문재인식 혁신 제시가 숙제
문 대표와 함께 가장 자주 언급된 장소로는 ‘광주’가 압도적 1위였다. 문 대표가 재보선 전후로 광주와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호남 민심은 아직까지 차갑고 때문에 문 대표가 호남 민심을 어떻게 되돌리느냐가 중요한 숙제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이나 ‘공무원 연금 개혁’ 등은 연관어 상위권에 빠져 있는데, 문 대표가 ‘정치력’이 필요한 이슈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표와 자주 언급되는 단어 중 혁신과 관련한 내용이 없다는 점도 이채롭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새정치연합의 뿌리라 할 수 있는 호남 민심을 얼마나 빨리 되돌릴 수 있느냐와 노무현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문재인 만의 강력한 리더십과 혁신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대외적으로는 야당 대표로서 대여 관계에서 정치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