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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4개 크기… 컨테이너선 대형화 어디까지 갈까

입력
2015.05.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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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重·한진重 등 2만TEU급 수주

신기록 갈아치우며 조선업계 활기

화물 수요 부족·부두 수심 등으로

2만5000TEU 넘기는 힘들 듯

수주 가뭄에 시달리던 국내 조선업체들이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 건조 및 수주 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우며 대형 선박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더 이상 커질 수 없다던 ‘2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선박이 발주되면서 규모의 경쟁 또한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3월에 2만100TEU급 선박을 수주해 세계 최초로 2만TEU급 시대를 열더니 지난달에는 2만1,100TEU급 선박을 수주하며 한 달 만에 세계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 선박은 길이 400m, 폭 58.8m의 이 선박은 갑판 면적이 축구장 4개와 맞먹는다. 한진중공업도 지난달 2만600TEU급 선박 수주로 경쟁에 가세했다.

이보다 앞서 국내 조선업체에서 1만TEU급 컨테이너 선박이 처음 건조된 시기는 2006~2007년 무렵이다. 1만TEU는 국제표준인 20피트 컨테이너를 한 번에 1만 개 운반할 수 있는 규모다. 이후 국내 업체들이 엎치락뒤치락 하며 세계 기록을 세웠다. 대우조선해양이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을 건조하자,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11월 1만9,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만들었다. 올 들어서도 대형화 경쟁은 계속돼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1월 현존하는 최대 컨테이너선인 1만9,224TEU급 선박을 띄웠다.

이 같은 선박 대형화 추세는 전세계 대형 해운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여러 번 화물을 옮기는 것보다 많은 물량을 한 번에 옮기는 것이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1만8,000TEU급 이상 초대형 선박을 발주한 선사들은 세계 1~3위 업체인 덴마크의 머스크, 스위스의 MSC, 프랑스 CMA, 그리고 10위권 내 중국과 일본업체들이 대부분이다. 국적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보유한 가장 큰 컨테이너선은 1만3,100TEU급으로 자금부족과 투자시기를 놓친 탓에 대형화 경쟁에서 뒤쳐져 있다.

조선업계는 3,4년 뒤 전세계에서 2만TEU급 이상 선박이 40척 이상 건조될 것으로 예상하는 등 당분간 선박 대형화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2만5,000TEU급을 넘어서는 선박이 등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건조기술 문제보다는 선박이 드나드는 항만시설 때문이다. 2만TEU급 이상 선박이 항구에 들어오려면 수심이 적어도 18m 이상 돼야 하고 선박 길이에 맞춰 부두도 커져야 하지만, 초대형 선박이 드나들 수 있는 항만은 유럽과 아시아 일부 노선으로 제한돼 있다. 항구에서 컨테이너를 옮기는 크레인도 덩달아 커져야 하고, 선박을 움직이는 스크류 및 엔진기술 향상도 대형화의 전제조건이다.

전세계 화물 수요도 2만5,000TEU급 선박이 필요할 정도로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일찍부터 초대형 선박을 확보한 머스크 등 일부 해운업체들은 이미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뒤늦게 뛰어든 해운업체들은 경쟁이 격화되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하는 만큼 화물을 채웠을 때 수익이 발생하므로 배만 커지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라며 “2만TEU급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그만큼 물동량이 늘어나야 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 봤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형진 해운시장분석센터장도 “개별 선사 입장에선 선박 대형화가 합리적이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공급과잉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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