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강민호(30)의 반전이 시작됐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완벽한 포수로서 제 모습을 되찾고 있다.
17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kt전에 5번타자로 출장한 강민호는 3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을 올렸다. 1-0으로 앞선 1회 2사 1루에서 상대 선발 옥스프링으로부터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5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전날(16일) kt전에서 8회 만루홈런을 때려낸 그의 개인 통산 5번째 연타석 홈런이자 시즌 12호포다. 강민호는 4회 선두타자로 나서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 냈고, 5회 1사 2루에서는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다.
강민호는 지난 시즌 내내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었다. 2013시즌 뒤 FA(프리 에이전트)로 계약기간 4년에 당시 역대 최고인 총액 75억원을 받고 롯데에 잔류한 그에 대한 주변의 기대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민호는 FA 계약 첫 해인 지난해 타율 0.229, 16홈런 40타점에 그치며 데뷔 후 가장 낮은 타율을 기록했다. 주전 포수로서 제 몫을 하지 못하며 2군행 지시를 받기도 했다. 그를 향한 관심은 곧 비난으로 변했다.
쓰라린 경험이 약이 됐다. 그는 올 시즌 더 무서운 타자로 변했다. 36경기에서 타율 0.339, 12홈런 33타점을 올렸고, 특히 세 차례 맞은 만루 찬스에서 모두 홈런을 뽑아내는 등 매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팀 리더로서의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선수가 힘들면 쉬려고 하는데, 민호는 피곤해도 본인이 더 나서서 하려고 한다"며 "책임감이 강해진 것 같다. 주위에서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담감을 많이 덜어낸 것 같다"고 칭찬했다.
강민호는 "초반이긴 하지만 자신감은 많이 붙은 것 같다. 이전에는 파이팅을 많이 내는 편이 아니었는데 올해는 감독님도 원하셔서 개막 때부터 벤치에서 다른 선수들 들으라고 일부러 더 파이팅을 내기도 한다. 분위기 싸움에서 안 지려고 한다"며 남다른 책임감을 전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마음'이다. 그는 "지난해 정말 쓰라린 한 해를 보내지 않았나. 그러면서 마음을 많이 비웠다"고 털어놨다. 확고한 주전 포수로 자신도 모르게 갖고 있던 자만심을 털어냈다. 그는 "'내가 이 팀의 주전 포수이고, 프랜차이즈 선수이다. 경기에 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안일함이 가장 큰 잘못이었던 것 같다. 올해 준비하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경기에 나가는 게 정말 소중하고 간절하다는 걸 느꼈다. 못해서 2군으로 쫓겨 내려가보기도 하니 경기에 뛰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알겠더라"고 고백했다.
몸이 힘들어도 팀 승리를 위해 더 열심히 뛰는 이유다. 이날 경기 후 만난 강민호는 "연타석 홈런보다 팀이 5할 승률에 복귀한 게 더 만족스럽다. 내 홈런보다 팀이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스로를 향한 달라진 평가에도 몸을 낮췄다. 그는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 시즌 후반 30경기 정도를 남겨두고도 이런 성적을 내고 있다면 '내가 올해 정말 잘 했구나'라고 말할 텐데 아직은 아니다. 꾸준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호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수원=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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