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설사들이 분양하는 아파트 이름을 보면, ‘귀티’나는 옆 동네 이름을 갖다 붙이는 게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흥행을 위한 꼼수인데요. 이름만 보고 혹한다면 자칫 건설사들의 ‘호갱님(어수룩해서 이용하기 좋은 손님)’이 되기 십상입니다.
최근 서울에서 이례적으로 평균 청약경쟁률이 10대 1을 넘어서고 최고 경쟁률이 112.88대 1까지 치솟은 ‘e편한세상 신촌’. 이 단지의 원래 이름은 ‘북아현e편한세상’이었습니다. 서대문구 북아현 뉴타운에 들어서는 터라 당초 정직하게 이름을 붙였던 건데요. 시장에 내놓기 직전에 작명 덕을 보기 위해 단지와 1㎞나 떨어져 있는 옆 동네 신촌으로 ‘포장’을 한 겁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내년 2월 입주 예정인 현대건설의 ‘목동 힐스테이트’는 실제로는 목동 건너편인 신정동에 있고요. SK건설의 ‘신동탄 SK뷰파크 2차’는 동탄1신도시 외곽에서도 벗어나 있는 화성시 기산동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숲으로 둘러싸여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꿈의 숲 SK뷰’는 해당 대규모 공원인 ‘북서울 꿈의 숲’과 900m 멀찌감치 떨어져 있습니다.
모기업의 ‘펫네임’(별칭)을 계열사가 가져다 쓰는 경우는 아예 관행처럼 됐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0월부터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고요. 대림산업은 ‘e편한세상’이란 별칭을 2001년부터 계열사 삼호, 고려개발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또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은 ‘위브’를, 롯데건설과 롯데자산개발은 ‘롯데 캐슬’ 브랜드를 공유하고 있죠. 계열사 입장에선 후광효과를 얻을 수 있고 모기업은 브랜드 사용료(사업비의 1~5%수준)로 가외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지난해 부동산114가 조사한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 및 선호도 조사에서 ‘브랜드가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이 응답자(856명)의 55%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분양 과정에서 입주민은 공연히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한 분양 관계자는 “브랜드가 같아도 시공사에 따라 자재와 마감재 등이 달라지는데 이런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합니다. 건설사들에게도 반드시 득만 되는 건 아닌데요. 주택 시공, 분양 경험이 부족한 계열사에서 미분양이 나면 브랜드 전체 이미지가 실추되는 등 악영향을 받기도 한다고 하니까요. 좀더 정직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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