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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뱅상 카셀 "냉소적 영화가 세상과 가까워"

입력
2015.05.1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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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상 카셀은 "출연작 '소년 파르티잔'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촬영 기회를 찾아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칸=연합뉴스
뱅상 카셀은 "출연작 '소년 파르티잔'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촬영 기회를 찾아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칸=연합뉴스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결말 아닌

상징과 비유가 가득한 잔혹동화

칸에서 호평과 악평 동시에

"좋은 감독과 일할 수 있다면

한국 등 어디서라도 연기"

강렬하다. 눈은 작고 서늘하다. 쇳소리의 육성이 빠르게 귀를 파고든다. 악역에 적합한데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얼굴이다. 차갑고 거친 외모가 남성적인 풍모를 풍긴다. 겉모습만 보면 나쁜 남자의 전형이다. 이탈리아가 낳은 미녀 모니카 벨루치가 빠져들 만도 했다. ‘블랙 스완’ ‘도베르만’ ‘오션스 트웰브’ 등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을 맡았던 프랑스 배우 뱅상 카셀은 그러나 스크린 밖에선 신사였다. 15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국내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만난 기자에게 보자마자 악수를 청했고 어느 나라 출신인지 물으며 반가워했다. 인터뷰 내내 유쾌했고 가끔 가벼운 비속어로 친근감을 드러냈다.

카셀은 배우로서의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자신만만하면서도 사려 깊었고 연기에 대한 열정을 여전히 뜨겁게 사르고 있었다. 그는 제68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탈리아 영화 ‘이야기들의 이야기’(감독 마테오 가로네)로 칸을 찾았다.

‘이야기들의 이야기’는 잔혹동화다. 왕과 왕비가 지배하는 동화 같은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스크린은 피칠갑이다. 카셀이 연기한 왕의 목도 우스꽝스럽게 달아난다. 그는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영화인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두운 영화로 상징과 비유가 가득하다”며 “재미와 극적인 요소가 균형을 이룬 작품”이라고 자평했다. ‘이야기들의 이야기’는 칸에서 호평과 악평을 함께 받고 있다.

카셀은 ‘행복하게 살다 죽었다’식으로 끝나는 전형적인 동화와 달라 ‘이야기들의 이야기’에 호감을 가졌다고 밝혔다. 그는 “주인공이 아내와 아이들을 다 죽이는” 내용을 담고 있는 ‘푸른 수염’이나 어른들을 위한 동화 ‘어린 왕자’를 예전부터 좋아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어린 왕자’를 좋아하는데 “딸과 함께 연극하듯이 읽으면서 즐기는 동화”라고 말했다.

‘이야기들의 이야기’를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나의 가장 큰 문제는 어린 딸에게 보여줄 만한 작품이 하나도 없는 것”이라며 크게 웃었다. “그나마 보여줄 만한 영화가 ‘미녀와 야수’인데 역시나 어둡고 폭력적이고 냉소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냉소적인 영화들이 세상의 진짜 모습과 닮아 있어 훨씬 감동을 준다”며 “나는 영웅들을 믿지 않고 만화 속 내용도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매혹적인 악역을 도맡아 온 배우다운 발언이다.

카셀은 국경을 넘어 연기한 지 오래됐다. 미국과 영국 체코 브라질 호주 등을 오가며 연기 영역을 넓혀왔다. ‘이야기들의 이야기’의 촬영지는 이탈리아였다. 그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점이 항상 힘들지만 좋은 감독과 함께 일할 수만 있다면 한국과 러시아 브라질 등 어느 나라라도 상관 없다”고도 밝혔다.

그의 거주지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다. 1년 전 여행을 하다가 도시에 매혹돼 여전히 머물고 있다. 브라질에 거주하면서 그는 ‘사랑해, 리우’에 출연했고, 단편영화를 한 편 연출했다. 그는 “장편영화를 연출할 준비가 다 돼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카셀은 프랑스영화에 대한 애정과 영화배우로서의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프랑스영화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도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고, “영화배우는 여행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매일 밤 같은 장소에서 연기를 반복해야 하는 연극배우보다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돈만 많이 쓰는 스타보다 배우로서 단순하면서 역동적으로 살고 싶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영화 속에서 종종 묘사되는 것처럼 현실에서도 낭만적이냐고 묻자 그는 “어른이 될수록 낭만에 냉소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제는 이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일종의 게임이 됐다”고 말했다. “미친 사랑을 쫓기보다 책임을 더 생각해야 할 나이”라는 것. 그는 2013년 벨루치와 이혼한 뒤 홀로 지내고 있다.

카셀은 인터뷰를 끝내며 “차오(이탈리아어로 친구), 고마워”라고 인사했다. 그는 “이탈리아어보다 포르투갈어를 더 잘 한다”고도 했다. 이날 그는 빠른 영어로 질문에 응했다.

칸=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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