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에 다니는 김범식(가명ㆍ입사 5년) 대리는 올해 초부터 온라인으로 보험상품학습을 하고, 부서별 퀴즈 전을 치르는 등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달에는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설계사 등록시험’도 치렀다. 김 대리는 “(보험 분야를)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공부해보니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며 “상반기에 개념을 명확하게 익혔다면 하반기에는 설계사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현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알리안츠생명의 박지현(가명ㆍ입사 5년) 대리는 최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학기’를 보내고 있다. 이 달 들어 사내 사이버캠퍼스에서 ‘현장마케팅 실습’을 듣기 시작했는데 과제와 시험까지 완수해야 학점을 받을 수 있어서다. 박 대리는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우리 상품을 효과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공부 열기가 뜨겁다. 딱딱한 직무교육이나 복잡한 연수 프로그램 대신 직원 스스로 즐기며 보험 업무를 체득할 수 있는 과정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보험업의 장기불황이 이어지며 영업력 강화를 위한 방편으로 직원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알리안츠생명이 올해 도입한 3년짜리 ‘보험ㆍ금융역량과정’이 대표적이다. 2017년까지 3년 동안 매년 두 단계의 온라인 평가를 모두 통과해야만 수료를 할 수 있는 만만치 않은 프로그램이다. 올 1월 알리안츠생명에 도입된 ‘학점이수제’도 직원들의 공부열기를 한껏 돋궜는데 매년 5학점 이상을 사이버캠퍼스 등을 통해 학습하도록 했다. 삼성생명도 ‘현장과 고객을 이해하자’는 취지로 1년짜리 장기 교육프로그램을 짰다. 상반기에는 사내 상품 테스트 대회, 현장에서 알아야 할 상식 퀴즈 등을 통해 보험업계 종사자에게 필요한 것들을 동시다발적으로 학습하도록 했다. 더불어 하반기에는 설계사 동행 프로그램을 시행해 일반 직원들의 현장 감각을 개발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학습열풍은 자격증 취득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로도 이어진다. 알리안츠생명에선 지난해 4월부터 ‘변액보험 판매 자격증’ 취득을 독려해 현재 전 직원의 97% 이상이 해당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에서도 올 4월부터 두 달간 본사직원 990명이‘보험설계사 등록시험’을 치렀고, 6월까지 500여명이 추가로 더 응시할 예정이다. 이달에는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이 직접 나서 보험설계사 등록시험을 봐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현대라이프생명에서도 올해 2월 대표이사 포함 실장 이상 임원 20명이 이 시험에 응했다.
이런 분위기는 보험업계 장기불황과 무관치 않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총 보험사 점포는 7,175곳으로 전년 대비 474곳이 감소했으며 임직원 수는 5만9,954명으로 같은 기간 2,701명이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영업력을 키워야 하는데 그러려면 직원들의 직무 역량 강화가 필수라고 말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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