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첫 민선 대통령 무르시에 사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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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첫 민선 대통령 무르시에 사형 선고

입력
2015.05.1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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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간첩 행위 탈옥 혐의 인정

무슬림형제단 민주화 세력 반발

대규모 시위 등 유혈 충돌 우려

쿠테타로 집권한 엘시시 대통령

반대파 압박하며 기반 공고화 노려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이 16일 수도 카이로의 법원 한쪽에 마련된 철창 안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법원은 이날 무르시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카이로=AP 연합뉴스

이집트 법원이 16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이집트 민주화 혁명인 ‘아랍의 봄’의 결과로 2012년 6월 이집트 역사상 최초의 자유 경선으로 치러진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이다. 무르시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선고로 이집트 민주화의 후퇴와 함께 무르시를 지지하는 이슬람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의 대규모 시위 등 유혈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집트 법원은 이날 무르시 전 대통령에게 간첩 행위와 탈옥 혐의로 사형을 선고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이집트 민주화 요구가 활발해지던 2011년 1월 장기 독재를 이어가던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 의해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틀 만에 탈출에 성공했다. 이후 무르시 전 대통령은 민주화 혁명을 이끌며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최초의 이집트 민주 정권을 이룩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하지만 이집트 법원은 이날 무르시 전 대통령이 탈옥할 당시 무장단체인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의 도움을 받았고 경찰을 공격했다며 사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이집트 법원의 이번 사형 판결은 2013년 7월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압델 파타흐 엘시시 대통령의 지지기반 공고화와 함께 무르시 전 대통령의 세력을 압박하려는 성격이 크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정권 교체에는 성공했지만 집권 이후 “이슬람법(샤리아)을 입법의 원천으로 한다”는 내용의 헌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이슬람 원리주의를 강화하면서 이에 반발한 당시 엘시시 국방장관 겸 군 총사령관의 주도로 일어난 쿠데타로 실각했다. 이집트 법원은 이날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지지단체인 무슬림형제단 지도자 카이라트 엘샤테르 등 105명에게도 외국 무장단체와 함께 내란을 음모했다는 혐의 등을 적용해 사형을 선고했다.

이집트 법원은 무르시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판결을 최고 종교지도자(무프티)에게 보내 다음달 2일 최종 결정을 받게 된다. 이집트 법원의 사형 판결이 확정되면 군부 쿠테타로 집권해 정치적 정당성이 부족한 엘시시 정권의 입지는 더 공고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무르시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이집트에 불던 민주화 바람은 사실상 종언을 맞는 것이어서 엘시시 대통령의 장기 독재체제를 여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무르시 전 대통령의 사형 선고에 무슬림형제단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터키 이스탄불에 머물고 있는 무슬림형제단 간부 아므르 다라그는 “이번 선고는 정치적 판결”이라며 “국제사회가 이번 선고를 저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무슬림형제단은 무르시 전 대통령이 축출될 당시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가 이집트 군경의 무력 진압으로 약 6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엘시시 정권을 비난하고 있는 이집트 민주화 세력이 올 1월 대대적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이번 무르시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선고를 계기로 다시 한번 현 정부와 시위대 간 대규모 유혈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한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무르시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선고에 대해 “이집트는 득표율 52%로 당선된 대통령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며 “고대 이집트로 회귀했다”고 비난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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