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 사상 최대 31만명 참석
네팔 지진 피해ㆍ세월호 유가족 위로
세계종교지도자 평화선언문도 발표
16일 오색 연등 빛으로 물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계 선승 및 출가자들과 불자들이 세계 평화와 한반도 통일을 염원했다. 세계 20개국에서 방한한 승려 200여명을 포함해 31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1,700년 한국 불교 역사상 최대규모 법회로 기록됐다.
이날 광화문 일대에서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無遮大會)’가 열렸다. 무차대회는 승려나 대중, 빈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법회를 말한다. 대한불교 조계종이 15일부터 3일간 개최한 ‘광복 70주년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의 주요 행사로, 평화를 염원하고 한국 불교의 대표 수행법인 간화선(화두를 근거로 참선하는 수행법)을 널리 알린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600년 전 명명된 광화문의 ‘광화(光化)’는 ‘차별 없는 빛이 사방을 덮고 교화가 만방에 미친다’는 뜻의 서경 구절 광피사표 화급만방(光被四表 化及萬方)에서 온 것으로 무차대회의 의미와도 맞닿는다고 조계종은 설명했다.
법회는 형형색색 연등을 든 행렬 인파가 동국대, 동대문과 종로일대를 거쳐 광화문에 도착한 가운데 시작됐다. 광화문 앞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대회시작을 알리는 법고가 울렸고, 조계사 범종각에서는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5번의 타종이 이뤄졌다.
무대에 오른 조계원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대지진 피해로 고통 받고 있는 네팔 대표단을 비롯한 참석자를 향해 “네팔의 모든 국민들이 위기극복을 위해 지혜와 용기를 잃지 않도록 기도한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들 또한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견딜 수 없는 고통을 함께 나눴다”며 “우리 사회가 더욱 안전하고 신뢰 있는 공동체가 되기를 기원하며, 모든 사건들의 피해자 구제 활동이 국가 차원에서 온전히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를 위한 2015 불교 통일선언문’ 발표를 통해 “진정한 통일은 땅의 통일과 함께 마음의 통일을 이뤄내는 것”이라며 “다름을 인정하며 ‘나만 옳다’는 자기중심적 마음을 내려놓고 마음을 모을 때 비로소 공존, 상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세 번의 죽비 소리가 울리자 모든 참석자가 5분간 각자의 수행법으로 선정에 들어 침묵 속에 한반도 통일과 세계 평화를 기원했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법어에서 “나 혼자만 구원받으면 되고, 모든 잘못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사회풍조 속에서 인격도야의 실천행이 더욱 절실하다”며 “마음을 깨달아 참된 나를 찾아 세상의 주인이 되면 영원한 행복과 대지혜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사람이 곧 부처임을 깨달아 서로 존중하고 상생하는 삶을 사는 일이 우리가 이루어야 할 서원”이라고 했다.
법회에서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서울호텔에서 열린 ‘세계종교인회의’를 통해 채택된 ‘세계 종교지도자 평화기원 선언문’도 발표됐다. 각국 대표자 20명들은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폭력에 반대한다”며 “지구촌 모든 갈등과 대립을 종식하고 인류의 행복과 세계평화 실현하기 위해 협력하자”고 다짐했다. 또 “종교 간 대화를 위해 적극 협조하고 모든 테러와 전쟁이 종식되길 염원하자”고 선언했다.
이날 행사에 앞서 해외 대표단을 비롯 대회 일부 참석자들은 광화문광장 세월호 빈소를 방문해 헌화한 뒤 유가족 대표들을 위로했다. 유가족들은 “어린 학생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안전한 사회를 위해 불교계가 이바지 해달라”고 호소했고 진제 스님은 “극락왕생을 빌겠다”고 답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방한한 해외 스님 200여명은 1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한편 행사 마지막날인 17일에는 조계사에서 한국전쟁 희생자를 위한 수륙무차대재(추모 법회)를 봉행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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