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 많은 우리 근현대사에서 소수자로 인식돼온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누군가는 꼭 기록해 보여주고 알렸어야 할 일이죠.”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서울 수하동 한국국제교류재단 갤러리에서 개인전 ‘삶의 역사-나는 미래다’를 열고 있는 사진작가 손승현(44)씨는 17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방으로 흩어지다’는 뜻의 그리스어 ‘디아스포라(Diaspora)’는 원래 팔레스타인 땅을 떠난 유대인을 가리킨 말이었지만, 지금은 정치 경제 역사적인 이유로 고국을 등진 사람 모두를 가리키는 단어가 됐다. 우리의 경우 구한말 대흉년으로 연해주로 이주한 사람들이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시작이며 탈북자, 재중동포, 재일 조선인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고교 시절부터 사람에 끌렸던 손씨는 그 중에서도 유난히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애착과 연민을 느껴 1997년부터 비전향 장기수를 시작으로 이들을 찾아 만나기 시작했다. 사연도 제 각각인 이들을 기회 닿는 대로 국내외 가리지 않고 가서 만나 함께 먹고 자는 생활을 꺼리지 않았다. 손씨는 “함께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눠 사연 하나 하나를 잊을 수 없다”며 “가슴에 한과 설움 가득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만으로도 사진의 깊이가 달라지더라”고 말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이런 다양한 코리안 디아스포라 100여명의 초상이 전시됐다. 계획을 세우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간의 작업을 모으니 얼추 20세기 100년의 한국사 같은 모양새가 됐다. 손씨는 이들 중 몇 명의 얼굴 사진을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의 크기로 배치했다. 그는 “사람들의 얼굴은 살아온 과정을 나타내는 ‘지도’”라며 “지난한 세월을 지내온 이들의 삶이 담긴 주름진 얼굴을 자세히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육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작품 옆에 오디오를 설치해 사진과 육성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손씨는 지난해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사회인류학 박사과정을 마친 인류학 연구자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사진 작업과 인류학 연구를 병행해 인간의 삶을 깊숙이 좀더 깊숙이 들여다보고 싶다는 그는 “역사 한 켠에 자리했던 선배들이 잠시나마 기억되고 위로 받는 전시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28일까지 열린다.
김새미나 인턴기자 saemi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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