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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안산병원 개원 30돌… "의료 취약지역 보듬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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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안산병원 개원 30돌… "의료 취약지역 보듬기 계속"

입력
2015.05.17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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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830병상 규모… R&D에도 매진

올해 상급종합병원으로 재지정

세월호 유가족들 치유 진행 중

사회 복귀 때까지 정부 지원 있어야

차상훈 고대안산병원장은 개원 30주년을 맞은 포부를 묻는 질문에 "우리 병원이 그동안 환자들 기대에 부응 못한 것이 있었을까 걱정된다"고 몸을 낮췄다. 고대안산병원 제공
차상훈 고대안산병원장은 개원 30주년을 맞은 포부를 묻는 질문에 "우리 병원이 그동안 환자들 기대에 부응 못한 것이 있었을까 걱정된다"고 몸을 낮췄다. 고대안산병원 제공

고대안산병원이 지난 6일로 개원 30돌을 맞았다. 상전벽해(桑田碧海). 이 병원의 지난 30년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이 말이 가장 근접하지 않을까.

고대안산병원은 의학기자의 눈으로 봐도 특별한 구석이 많다. 개원 당시 환자가 많은 도시를 놔두고 외딴 지역을 입지로 낙점했다는 것, 독일(당시 서독) 차관(借款)을 들여와 건물 짓고 장비를 구입했다는 것, 최근의 가슴 쓰라린 세월호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트라우마 치유 뒷얘기 등이 그렇다.

고대안산병원 전경.
고대안산병원 전경.

고대안산병원은 1985년 내과 일반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모두 15개 과에 100병상 규모로 문 열었다. 차상훈(58) 고대안산병원장은 의료불모지에 병원을 터잡은 배경을 묻는 질문에 고대의 건학이념과 서독 재건은행(KFW) 차관의 성격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했다. 차 병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의료취약지역을 보듬는다는 정신은 고대 건학이념과 맞닿아 있다”며 “서독 재건은행 관계자들은 개원 당시 의료불모지에 병원을 새로 지어야 한다고 못 박고, 공단 근로자들을 위한 산업의학과(현재 직업환경의학과)를 만들라는 둥 꼬치꼬치 간섭했다더라”고 했다.

개원 당시 안산(당시 반월) 인구는 9만6,00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의료 수요는 폭발적이었다. 공단을 배후로 두었음에도 자체적인 도시 기능을 갖추지 못한 때문에 지역주민들에게 개원은 단비 같았다는 것이다.

개원 초기 공단 팽창에 따른 지역 인구 증가가 병원의 성장동력이었다. 개원 2년 뒤인 1987년 인구가 16만 명으로 늘자 간호사 기숙사로 사용하던 병원 2층을 개ㆍ보수해 50병상을 증설했고, 수도권 전철 개통 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던 이듬해에는 300병상 규모로 다시 늘렸다. 10년 뒤인 1998년에는 재활의학과 흉부외과 성형외과 병리과 응급의학과 등을 추가하는 한편 600병상으로 덩치를 키웠다. 지난해 4월에는 기존 지상 9개 층의 본관건물에 3개 층을 증축해 830병상의 경기 서남부 지역 대표병원으로 거듭났다.

양적 팽창에 걸맞는 질적 성장 전략이 필요했다. 지역적, 입지적 특성에 눈돌렸다. 반월ㆍ시화공단 배후도시라는 점, 수인산업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등이 지나는 교통 요충지라는 점, 농어촌 복합 지역이라는 특성에 맞춰 직업환경의학센터, 재활의학센터, 응급의료센터 등을 특화 했다. 소화기센터, 심혈관센터, 암센터 개설이 뒤따랐다.

지난해 11월 문 연 암센터에서는 진단에서 재활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서비스와 다학제 통합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차 병원장은 심혈관센터에 대해 “예고 없이 찾아오는 급성심근경색은 골든타임 내에 조치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심장혈관이 막힌 환자가 도착하면 심평원 권장 치료시간인 ‘90분 이내’보다 더 빠르게 치료하고 있다”고 했다.

고대안산병원은 2012년 상급종합병원에 처음으로 지정된 데 이어 올해 재지정으로 최고의 병원 대열에 합류했다. 차 병원장은 재지정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최근 중증도가 급속히 올라가 지난 3~4월 25%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중증질환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됐음을 시민들로부터 인정받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고대안산병원은 환자 진료 뿐 아니라 연구개발(R&D)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05년 의과학연구소 개소를 시작으로 인체유래물은행, 통합임상시험센터, 인간유전체연구소, 난치성질환중개연구소, 노인건강연구소, 단원재난의학센터, 통일한국보건의학연구소 등을 차례로 선보였다. 인간유전체연구소는 현재 안산 시민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한국인에서 많은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과 관련한 보건ㆍ생체 지표를 개발하고, 주요 질환 발생과 관련된 한국인 특이적인 환경ㆍ유전적 위험요인을 규명하는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고대안산병원처럼 연구개발에 적합한 입지도 흔치 않다. 안산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전기연구원, 경기테크노파크,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등 각종 산학연 기관과 기업 등이 밀집, 산학연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고대안산병원은 이들 연구기관 등과 MOU를 체결하고 해양생물자원을 이용한 신약물과 첨단 의료기기 개발 등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차 병원장은 “지난 2012부터 연구부원장 직책을 따로 두고 연구개발을 지원해 오고 있다”며 “연구는 연구비를 따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실제 산업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치유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차 병원장은 이들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기도 힘들어한다”며 “이 분들이 사회에 복귀할 때까지 정부가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차 병원장은 인터뷰 내내 솔직한 답변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개원 30년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우리 병원이 그동안 환자들 기대에 부응 못한 것이 있었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차 병원장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진료와 치료에서도 중요하다”며 “앞으로 지역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을 넘어 시민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통해 최상의 의료서비스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송강섭기자 eric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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