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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을 보며 홍상수 감독을 생각하다

입력
2015.05.1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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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셔널 맨'으로 칸에 초청받은 우디 앨런(가운데) 감독이 엠마스톤(왼쪽), 파커포세이와 함께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UPI 연합뉴스
'이레셔널 맨'으로 칸에 초청받은 우디 앨런(가운데) 감독이 엠마스톤(왼쪽), 파커포세이와 함께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UPI 연합뉴스

15일 오후(현지시간) 칸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건물 팔레 드 페스티발(축제의 궁전) 주변은 하루 종일 인파로 넘실거렸습니다. 축제의 열기가 슬슬 최고점으로 향하는 금요일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이날 레드 카펫을 밟는 귀빈이 기자들과 영화팬들의 눈길을 집합시켰습니다. 기자회견장과 바로 옆 프레스센터는 기자들로 들어찼고 건물 주변엔 경찰이 만들어낸 기다란 교통 통제선이 이어졌습니다.

귀빈의 이름은 우디 앨런. 80세에 이른 미국 독립영화의 노장입니다. 주름이 피부를 파고들고 머리는 하얗게 샜지만 그는 여전히 호기심과 장난기와 재기가 뒤섞인 눈빛으로 칸을 찾았습니다. 초청 받은 작품은 ‘이레셔널 맨’. 허무주의에 빠진 한 대학 철학과 교수와 그를 따르던 한 여대생이 의문의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유머로 이끌어가는 영화입니다. 술에 절은 대학교수 에이브는 호아킨 피닉스가, 여대생 질은 엠마 스톤이 각각 연기했습니다.

피닉스와 스톤이라는 두 별을 내세운 영화이나 카메라의 초점은 앨런에 더 맞춰졌습니다. 앨런이 배우자인 순이 프레빈과 레드 카펫을 밟고 극장에 들어설 때 플래시가 유난히 더 번쩍였습니다. 기자회견에서도 그에게 질문이 몰렸고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의 사인 공세를 받기도 했습니다. 여든이 되어 오히려 그의 인기는 뜨거워진 듯합니다.

앨런은 무관의 제왕입니다. 칸과 수상의 인연이 깊지는 않습니다. 2002년 명예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게 전부입니다. 하지만 칸이 가장 사랑하는 미국 감독 중 하나입니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와 ‘환상의 그대’ ‘미드나잇 인 파리’ 등 최근작 대부분은 칸의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2011년 칸의 개막을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1966년 ‘타이거 릴리’로 감독이 된 뒤 60년 가까이 메가폰을 들고 있는 그는 노익장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합니다.

칸의 레드 카펫을 단골로 밟는 앨런의 이력은 홍상수 감독을 떠올리게 합니다. 영화의 지향과 세계관을 따지면 앨런과 홍 감독의 공통점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앨런이 일상의 여러 소동을 통해 웃음을 제조하며 인생에 대한 통찰을 전하려 하는 반면 홍 감독은 좀 더 냉소적인 시각으로 삶의 이면을 뒤집어 보려고 합니다. 앨런의 영화가 햇빛 같다면, 홍 감독의 작품은 달빛 같다고 할까요.

두 사람은 적은 예산으로 유명 배우들과 함께 다작을 만든다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습니다(물론 절대적인 액수와 스타의 세계적 지명도를 따지면 앨런 감독의 영화들이 우위를 차지합니다). 만드는 영화마다 칸의 부름을 받고 있으나 상복은 없다는 공통분모도 지니고 있습니다. 앨런 감독의 건재를 보면서 홍 감독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홍 감독님, 내년엔 이곳에서 뵐 수 있을까요?

칸=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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