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민관 공용 '타키온Ⅱ'
도입 6년… 연산속도 세계 201위
그마저 대학·정부기관이 90% 사용
외국과 달리 기업들 활용 어려워
향후 미래 산업의 주요 분야로 꼽히는 빅 데이터의 필수 도구인 국내 슈퍼컴퓨터가 성능이 뒤처져 관련 산업을 지원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국내 유일의 공용 슈퍼컴퓨터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타키온Ⅱ’는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 2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세계 유명 기업들은 신약 및 신제품개발, 빅 데이터 분석 등에 앞다퉈 슈퍼컴퓨터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타키온Ⅱ는 성능이 떨어져 산업계 이용률이 10%에 머무르고 있다.
15일 KISTI에 따르면 2009년 들여온 타키온Ⅱ는 도입 당시 연산속도가 세계 14위였으나 2013년 107위, 지난해 11월 201위까지 떨어졌다. 일본과 중국 슈퍼컴퓨터는 2011년과 2013년 각각 세계 1위를 꿰찼다.
보유 대수도 턱없이 적다. 세계 톱 슈퍼컴퓨터 500대 중 절반이 넘는 250여 대가 미국에 있다. 일본과 중국도 각각 30대, 60대의 슈퍼컴퓨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슈퍼컴퓨터는 공용 기준으로 4대뿐이다. 이 중에 3대는 기상청이 보유해 기상관측과 일기예보에 쓰인다. 따라서 유일하게 민간에서 빌려 쓸 수 있는 슈퍼컴퓨터는 KISTI의 타키온Ⅱ뿐이다.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이 보유한 것까지 합해도 총 9대뿐이다. 이들 민간업체의 슈퍼컴퓨터 순위도 세계 100~300위권 수준이다.
슈퍼컴퓨터는 보통 컴퓨터보다 연산속도가 수십~수백 배 빠르다. 그래서 데이터 용량이 많거나 복잡할 수록 이를 처리하려면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 특히 아이디어를 산업화하는 데 필요한 모의실험, 신제품 개발을 위한 데이터 추출, 소비자 심리나 유행 경향 등 빅 데이터 분석에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도요타와 포드, 보잉, 페이팔, 파나소닉, 피앤지 등 유명 기업들은 대부분 슈퍼컴퓨터 활용에 적극적이다.
기초연구는 말할 것도 없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를 발견해 2013년 노벨물리학상을 이끌어 낸 것도 슈퍼컴퓨터가 없으면 불가능했다.
문제는 가격이 수백억원에 이르고 전기료도 연간 수십억원에 이를 만큼 비용이 많이 들어서 어지간한 기업이 슈퍼컴퓨터를 구입하기란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공용 슈퍼컴퓨터를 도입했는데 1대뿐이다 보니 기업에 차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KISTI 관계자는 “타키온Ⅱ는 이미 사용 예약이 포화 상태”라며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활용도가 각각 69%, 21%여서 산업계의 활용 기회가 적다”고 말했다.
그만큼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응용 연구 및 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뒤처지고 있다는 의미다. 세계 슈퍼컴퓨터 시장 규모는 2012년까지 연평균 11.8% 증가해 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시장 이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이 때문에 정부도 2013년 ‘국가초고성능컴퓨팅 육성기본계획’을 만들어 “슈퍼컴퓨팅 분야에서 세계 7대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계획에 의문을 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상용을 제외한 국내 공용 슈퍼컴퓨터는 30년 가까이 1대뿐이었고 1988년 첫 도입 이후 세 차례 성능 개선에 그쳤다”며 “국가에서 관련 분야에 투자를 하지 않는 한 빅 데이터 등 창조경제 산업의 상당수가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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