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14배 늘었지만… 2011년 정점 감소세 뚜렷해져
선진국 비해 입학 까다로워, 은행거래 내역서까지 요구
한국사회·대학 적응 도와야, 졸업 후 취업·창업 연계제도 절실
외국인 유학생이 지난 15년 동안 14배나 늘어난 것은 우리의 내적인 필요성에 기인한다. 매년 수조원대에 달하는 유학 수지 적자에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국내 학생수 저하로 대학 재정 확충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 대학의 국제화는 지금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 직ㆍ간접적인 긍정 효과가 적지 않다. 언어교환(Language Exchage) 프로그램 등을 통해 외국인 학생의 한국 사회 적응은 물론 국내 학생도 타국의 언어와 문화를 접하고 이해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게 한 예다. 정부 주장대로 외국인 유학생을 지한파(知韓派)로 키워 장래 우호적인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정부의 양적 팽창 정책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2001년 ‘외국인 유학생 유치확대 종합방안’을 수립한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2004년ㆍ당시 외국인 유학생 1만6,832명)로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가 마련되면서 불과 4년만인 2008년 유학생 수는 5만명을 넘어섰다. 유학박람회 등 초청사업 확대, 해외 유학 네트워크 구축 등 대대적인 유치 계획이 효과를 본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10만명 유치(2012년까지)는 묘연해지고 오히려 2011년(8만9,537명)을 정점으로, 유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전년에 비해 1,032명 줄었다. 중국인 유학생(5만336명)이 3년 전인 2011년(5만9,317명)보다 15.1%나 감소한 탓이다. 법무부 통계 상 올해 입국자 기준으로는 유학생이 9만명 규모로 늘어나 있지만 실제 대학에 재학중인 유학생 수를 집계(올 하반기 교육부 발표)할 경우 8만명 덫에 묶여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2020년까지 20만 유학생 유치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이를 달성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교육부는 “한국 대학은 외국인이 유학할 만한 시스템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외국인 학생수가 부족해 국제화 평가에선 항시 뒤진다”며 “중국에 이어 동남아 학생들까지 적극 유치하면 20만명 목표가 허상이 아닐 것”이라고 말하고는 있다.
양갑용 성균관대 산하 성균중국연구소 교수는 “유치만 요란했지, 유학생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우리 대학 관계자들이 학사관리나 학점 등을 다 관리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한국으로 건너와 부실한 학사관리와 교육시스템 때문에 실망과 좌절을 겪는 유학생이 많았다고 한다. 체계적인 학사관리 등 내실을 다질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문턱은 상대적으로 높다. 선진국에 비해 입학 단계부터 형식적 절차가 까다롭다는 것이다. 각 대학에서 요구하는 입학 서류가 제 각각인데다가 초ㆍ중ㆍ고교 성적표부터 부모의 3년간 은행 거래 내역서까지 제출해야 하는 등 20여가지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반면 미국은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청두(成都), 선양(瀋陽) 등 중국 출신 유학생에게 비자 인터뷰를 면제하며 수속기간을 단축했고 졸업 후 1년간 체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일본도 외국인 학생이 자국에서 일본 유학 시험을 보고 입학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며 외국처럼 가을학기제(9월)도 도입했다. 유학생 유치를 국익 창출의 주요 수단으로 인식하고 각종 편의제공을 하며 유학 장벽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또 정부가 운영하는 해외 유학박람회도 각 국가 특성에 맞게 맞춤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해 주는 형태로 다변화하고, 한국유학안내시스템(SIMS)에 각 대학의 세부정보, 입학지원 기능 등을 추가하는 등 유학 정보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더해 국민대의 글로벌 버디(Global Buddyㆍ세계 친구) 등 대학이 사교 모임이나 자치기구 활성화 등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사회ㆍ대학 적응을 돕는 것도 필요하다. 학부 유학생이 가장 많은 경희대가 2012년 학내 기구로 도입한 외국인 유학생 학생회가 대표적이다. 초대 회장을 지낸 중국인 하운(30)씨는 “유학생 입장에서 외국인들의 학교생활을 도와주고, 학생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해 친밀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학교와 한국인 학생 사이에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후 진로가 외국인 유학생의 큰 고민거리라는 점도 정책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 학생들과 달리 기업 인턴십 프로그램 조차 합류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이철 재한중국유학생연합회 회장은 “중국과 한국 교역이 활발한 만큼 유학생의 역할은 다양하다”며 “한국 유학이 무기가 될 수 있도록 취업과 연계된 학사 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서울대가 중견ㆍ중소기업 취업과 연계된 외국인 유학생 석ㆍ박사 교육을 추진하고 국민대가 유학생의 취ㆍ창업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일부 대학들이 취업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미미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대학 출신 중국 유학생이 국내 기업에 취업하는 비율은 5% 내외다. 김우종 무역협회 연구원은 “일본은 산ㆍ관ㆍ학이 유학생 채용기회를 확대하고 유학생 인적 네크워크를 구축할 정도로 유학생 취업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며 “유학생 활용은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는 물론 글로벌 비즈니스를 맡을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임홍재 국민대 교학부총장은 “외국인 유학생은 우리의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며 “내실을 다지면서 20만 유학생까지 확대하려면 대학 노력으로는 불가능하고, 지역사회와 국가가 함께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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