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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승계수순 첫발 재단이사장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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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승계수순 첫발 재단이사장 선임

입력
2015.05.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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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공익재단·문화재단

이건희 회장 후임… 31일 취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친의 뒤를 잇기 위한 승계 작업의 첫 발을 뗐다.

삼성은 15일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의 신임 이사장에 선임됐다고 밝혔다. 두 재단은 모두 이건희 회장이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다.

두 재단의 이사장은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총수들이 대를 이어 맡아 온 만큼 주력 계열사 못지 않게 그룹을 대표하는 상징적 자리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이사장 선임은 그룹 총수에 오르기 위한 승계 작업 수순인 셈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이달 30일 임기 만료되는 이건희 이사장 후임으로 이 부회장을 선임했다. 삼성문화재단도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내년 8월27일 이사장 임기가 만료되는 이 회장의 후임으로 이 부회장을 미리 선임했다.

이 부회장은 31일에 이 회장의 잔여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삼성문화재단을 포함해 두 재단 이사장에 동시 취임한다. 삼성 관계자는 선임 배경에 대해 “이 부회장이 재단 설립 취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서 삼성그룹의 경영철학과 사회공헌 의지를 계승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이나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번 이사장 선임을 확실한 경영권 승계라는 시각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재단의 성격 때문이다. 두 재단은 각각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의 공헌한다’는 삼성의 경영철학을 구체화시켜 사회공헌활동과 문화예술 지원활동을 목표로 한다.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은 모두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에 설립됐다. 이 선대회장은 1965년 나눔 철학을 바탕으로 삼성문화재단을 직접 설립했다. 이 곳에선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문화예술 공헌사업 및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1982년 삼성생명에 의해 사회복지법인인 동방사회복지재단으로 설립돼 1991년 지금 이름으로 바뀌었다. 삼성서울병원과 실버타운인 삼성노블카운티를 운영하며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보육사업 등을 맡고 있다.

따라서 재단 이사장 자리는 창업주의 경영철학과 유훈이 담겨 있는 곳으로, 선대 회장에 이어 이건희 회장이 주로 맡아 왔다. 이 부회장의 이사장 선임은 이 같은 역사성과 상징성이 녹아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상징인 재단 이사장에 취임하는 것은 대외적 이미지도 한 몫 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공익재단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과 문화사업을 강조하면서 부드러운 총수의 이미지로 연착륙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경영 철학의 심장부 '바통 터치'… 역사적 상징적 큰 의미

이 부회장 사회공헌 등 활동 확대

대내외적 부드러운 이미지 제고

당분간 회장 승진은 하지 않을 듯

비용 법 제도 등 문제 염두

그룹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은 낮아

왜 재단을 승계 발판으로 택했나

삼성문화재단은 호암과 리움, 옛 로댕갤러리인 플라토 등의 미술관을 운영하며 신진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해외 미술관들과 교류를 통해 우리의 문화를 해외에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면서 삼성어린이집 지원, 삼성행복대상 시상 등의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그룹 총수로서 대외 활동을 사회공헌 및 문화지원 활동까지 영역을 넓힌 것이다.

남은 절차는 회장 승진과 지분 승계다. 하지만 삼성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당분간 회장 승진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굳이 회장 승진을 하지 않아도 그룹 경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오너십은 직함과 상관없다”며 “사실상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만큼 대외적 이미지도 있는데 굳이 부친과 같은 회장 직함을 욕심 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이 회장 지분 승계는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두 재단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두 재단은 주요 계열사의 지분 및 상당한 유동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 4.68%, 삼성화재 3.06%, 삼성증권 0.25%, 삼성전자 0.02%, 삼성물산 0.07%, 제일모직 0.81%, 삼성SDI 0.58%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도 삼성생명 지분 2.18%를 소유하고 있다.

더욱이 삼성생명공익재단은 9,753억원의 유동성 자산을 갖고 있다. 여기에 매각 가능한 투자자산 3,000여억원을 포함하면 현금화 가능 자산이 약 1조3,000억원에 이른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0.57%, 제일모직 23.24%, 삼성생명 0.06%, 삼성화재 0.09%, 삼성SDS 11.25% 지분 등을 감안하면 두 재단에서 확보한 계열사 지분과 유동성 자산이 경영권 강화를 위한 든든한 배경이 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단의 지분 증여를 통한 상속ㆍ증여세법의 성실공익법인 면세기준을 활용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두 재단은 지난해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 받았다.

이에 대해 삼성에서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시나리오라고 일축했다. 당장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가 양호하기 때문에 상속 문제를 논할 만한 이유가 없고 재단 증여 등을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 측에서는 재단에 지분 증여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이 부회장 측에서도 정당하게 지분을 상속 받아 절차에 따라 상속세를 성실하게 납부할 것이라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혔으며 지금까지 달라진 게 없다”고 강조했다.

지주 회사 전환 가능성은 낮아

재계에서는 오너 일가가 그룹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을낮게 보고 있다. 비용과 법 제도 문제 등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에서도 마찬가지로 당장 지주사 전환 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중간에 금융지주사 설립 등 여러가지 문제가 걸린다”며 “특히 지주사로 넘어가기 위한 지분 확보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여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고 언급했다.

남아 있는 계열사들의 사업 조정 가능성도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을 추진했다가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으나 시기를 보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착수하면서 두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재계에서는 신세계나 CJ처럼 장기적으로 호텔신라와 면세점 사업 등을 운영하며 사업수완을 발휘하고 있는 이부진 사장의 계열 분리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이다. 이 경우 이부진 사장이 보유한 삼성SDS와 제일모직 지분을 매각하거나 맞바꾸는 방식으로 호텔신라 지분을 확보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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