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학생 "홀대 당한다"
중국 학생 "속은 기분이다"
교수들 "어학능력 등 수준이하"
지난달 30일 4년제 사립대학인 서울 K대 한 강의실. 교수가 들어와 “니하오” 인사말로 시작된 수업은 지난주 있었던 중간고사를 어떻게 봤느냐로 이어졌다. 여느 강의실처럼 학생들 대답이 오갔지만 모두 중국말이다. 낯선 억양 때문인지 교실 밖까지 들렸다. 이 수업은 중국어 교양과목이 아니라 동양사다. 담당교수는 “중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기 때문에 한국학생은 수강할 수 없다”고 했다. 문뜩 중국 유학생이 중국어로 수업을 들을 요량이면 한국에서 유학할 일이 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강의실을 지나던 한 한국 학생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라며 씁쓸해했다. 이 대학은 10여개 과목에 중국인 전용 수업을 개설, 운영하고 있고 또 다른 K, H대 등 다른 유명 대학도 3~5개씩 이런 강좌를 두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3월 기준)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은 9만2,789명. 중국인 학생 비중은 이 가운데 5만7,219명으로 61.6%다. 외국인 유학생, 특히 중국인 유학생이 정원 외 입학으로 대학 정원의 10% 안팎을 채우고 있는 지금 대학은 혼란스럽다. 질적인 정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맞이하게 된 외국인 유학생 10만명 시대에 국내학생과 외국인학생, 교수 3자 사이에 불만과 반목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 학생들 사이에 나오는 큰 불만은 대학의 중국인 유학생 우대정책이다.
상당수 학교가 기숙사에 유학생 전원을 배정하고, 장학금 지급, 도서 구입비, 종교시설 설치, 한국문화 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 각종 혜택과 편의를 제공하는 데 대해 역차별을 느끼는 한국 학생들이 적지 않다. 서울 H대 경영학부 3학년에 재학중인 이모(22)씨는 “외국인 유학생과 달리 지방 학생들은 기숙사가 부족하다며 모두 받아주지도 않는다”며 “중국인과 수업시간에 조 모임을 하면, 학생들 사이에선 손해라는 생각이 팽배하다. 그들이 우리 학교에서 공부 할 수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충북의 C대 총학생회는 지난 12일 ‘외인과 내국인 학생 장학금 차별 문제’를 내부 회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C대는 유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과다하게 지불했다는 의혹 때문에 학내외에서 논란이 됐다. 교육부도 이 문제 때문에 C대에 소명을 요구했다. C대 측은 “유학생과 한국학생을 차별해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교육부에 소명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학생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총학생회 간부인 백종성(21ㆍ지적학과 2년)씨는 “학교 재정을 유학생에게 쏟아 붓는 행위는 동의할 수 없다”며 “유학생이 많은 학교가 무슨 자랑거리인지도 모르겠다. 내국인 학생들을 차별하지 않도록 학교 측에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C대뿐만 아니라 상당수 대학이 평점 2.0 이상(4.5점 만점)이면 등록금 감면 혜택을 줘 중국인 유학생 유치 방편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는 “중국이나 미국, 유럽 대학은 내국인보다 외국인에게 더 높은 등록금을 받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의 대학들은 유학생이 많이 오면 대학평가 국제화지수 등에서 좋은 점수를 확보할 수 있는데다 정부 재정보조를 받기도 쉬워져 등록금까지 일부 지원해주며 중국인 유학생 유치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과 섞여 하는 수업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온다. 서울의 모 대학 학생은 “교수가 한국말이 서툰 중국인 유학생을 배려, 강의 중에 말을 천천히 하다 보니 속이 터진다”며 “한국말도 제대로 되지 않는 학생을 수업에 참여시킬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K대 한 교수는 “중국인 학생이 따라가지 못해 수준 낮은 수업을 하고 있다”며 “수강 능력, 어학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 과목을 영어 강의로 진행하는 서울의 모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영어로 강의를 하다 보니 외국인과 내국인을 섞어 수업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유학생 수강금지 과목으로 정했다”며 “유학생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학생들은 공부도 제대로 안 해 교육이 어렵다. 누굴 탓하기 보다는 스스로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중국인 학생들은 어떨까. 국내 캠퍼스에선 중국인 유학생들은 한국 학생들과 섞이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대구지역의 4년제 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중인 중국인 유학생 손모(23ㆍ여)씨는 “유학생에 대한 배려는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우리를 무슨 전염병이라고 옮기는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중국인 학생들과만 어울려 지난 1년을 버텼다”고 말했다. 손씨는 고교시절 좋아한 드라마를 제작한 곳이기도 하고, 저렴한 학비에 매료돼 2013년 한국을 찾았다. 그는 “유학원에선 한국에서 수준급 대학으로 소개했으나, 실상은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지방대였다”며 “중국에 있는 후배들에게는 비용이 들더라도 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미국으로 유학하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수도권 대학으로 옮기거나, 중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체계적이지 못한 교육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크다. 서울 J대에 재학중인 중국인 유학생 원모(23)씨는 “수강신청 시 과목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조차 알려주는 곳이 없다. 속은 기분이다”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재한중국유학생연합회 관계자는 “한국 대학에서 재학하며 겪은 언어 장벽에 학우들의 차별대우, 부실한 학사관리 등은 결국 한국으로의 유학 추천보다는 반한 감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중국 내에서도 유학에 대한 거품이 빠지면서 한국 대학 졸업장이 그다지 취업에 도움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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