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SK 왼손 타자 박정권(34)은 '가을 남자'로 통한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부는 포스트시즌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면서 생긴 별명이다. 가을과 달리 봄과는 유독 인연이 없다.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로 발동이 늦게 걸린다.
올 시즌 박정권은 어김 없이 초반에 부진했다. 개막 이후 23경기에서 타율 2할3푼2리 2홈런 11타점에 그쳤다. 중심 타자로서 초라한 성적표였다. 굳은 신뢰를 보였던 김용희(60) SK 감독은 결국 지난달 29일 "봄에는 늘 그러는데 심리적인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 박정권을 2군으로 내려 보냈다.
박정권은 2군 4경기에서 타율 3할8리 1홈런 4타점으로 타격 감을 조율했다. 그리고 정확히 열흘 만에 1군에 복귀했다. 돌아온 이후 3경기에서 1안타에 그쳤지만 14일 인천 두산전에서 부활을 알리는 홈런포를 가동했다.
박정권은 15일 인천 LG전에서 또 한번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다. 6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3-0으로 앞선 5회 2사 1ㆍ2루에서 상대 선발 임정우가 5번 이재원을 고의4구로 걸러 만루 찬스를 맞았다. 자존심이 상할 법한 상황. 박정권은 임정우의 2구째 포크볼을 힘껏 받아 쳐 쐐기 2타점 중전 적시타를 쳤다. 결정타를 맞은 임정우는 곧바로 강판했다. 박정권은 8회에도 안타를 추가해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쳤다.
SK는 타선의 응집력과 특유의 지키는 야구를 앞세워 LG를 5-2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시즌 성적은 21승14패로 3위. SK 선발 메릴 켈리는 6.2이닝 2실점 호투로 2승(1패)째를 수확했다. 8회 2사 이후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윤길현은 1.1이닝 동안 안타 3개를 맞았지만 무실점으로 막고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세이브를 수확했다.
박정권은 경기 후 "아직 내가 원하는 모습은 아니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전날 끝내기 역전승으로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고, 이를 이어가고 싶었다. 타석에서 공 하나 하나에 집중했던 부분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공수에서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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