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노히트 노런의 주인공을 너무 믿은 것일까. 불안한 불펜을 너무 못 믿은 것일까.
두산은 지난 14일 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 4연승을 노리던 문학 SK전에서 8-9로 믿기 힘든 역전패를 당했다. 두산은 2회까지 상대 에이스 김광현으로부터 7점을 뽑아내며 낙승이 예상됐지만, 경기 중반 빅이닝을 허용하더니 9회말 아웃 카운트 1개를 남겨두고 통한의 끝내기 홈런을 얻어 맞았다.
야수들은 이날도 활발한 타격을 보였다. 1회 민병헌의 좌월 2루타, 김현수, 홍성흔의 연이은 볼넷으로 1사 만루 찬스를 잡은 뒤 5번 오재원이 2타점짜리 우월 2루타를 쳤다. 두산은 이후에도 1점을 더 뽑으며 기선 제압을 확실히 했다. 2회에는 김현수가 연이틀 3점 홈런을 폭발했다. 4-0으로 앞선 1사 1ㆍ3루에서 김광현의 직구를 밀어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전날까지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던 김광현은 3회까지 6피안타 5볼넷 7실점(6자책)하고 강판됐다. 올 시즌 최소 이닝 투구였다.
두산 선발 마야는 클리닝타임 때까지 잘 버텼다. 5회까지 86개를 던지며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으로 1실점만 했다. 하지만 6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연속해서 6안타를 얻어맞고 4실점한 뒤 2사 2루에서 두 번째 투수 함덕주와 교체됐다. 함덕주 역시 1번 이명기에게 좌월 2루타를 맞으면서 이날 마야의 자책점은 6점. 7-0이던 스코어가 7-1로, 순식간에 7-6까지 좁혀졌다.
문제는 마야가 상대 4~9번 6명의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맞는 동안 빗맞은 타구가 단 1개였다는 것이다. 3번 선두 타자 최정이 친 타구마저 허경민의 호수비가 없었다면 2루타가 될 뻔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왜 얻어 맞고 있는 마야를 그대로 밀고 갔을까. 김 감독이 15일 광주 KIA전에 앞서 전날 상황을 복기했다.
우선 브라운의 솔로 홈런 이후 계속된 1사 1ㆍ2루 7번 정상호의 타석이다. 이미 연속 안타를 3개나 맞았기 때문에 이 때가 교체 타이밍이라는 의견이 많은 터였다. 김 감독은 이에 "마야의 공이 나쁘지 않았다. 충분히 막아줄 것으로 봤다"며 "그러나 몸쪽으로 잘 붙인 공이 빗맞은 안타가 되며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두산 전력분석 쪽에서도 "6회부터 마야의 힘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상대가 특별한 구종을 노리고 들어왔는지, 적극적으로 휘두르더라"며 "빗맞은 안타 하나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당시 두산 포수 최재훈은 정상호가 들어서자 초구부터 타자 몸쪽으로 바짝 붙어 앉았다. 마야도 사인대로 기가 막힌 몸쪽 직구를 뿌렸다. 그런데 정상호가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며 당겨 쳤다. 방망이가 부러지면서 외야로 향한 타구는 라인 쪽으로 떨어졌고, 급하게 달려오던 김현수의 키까지 넘어 2타점짜리 3루수가 됐다.
스코어는 순식 간에 7-4까지 좁혀졌다. 이제는 정말 믿는 투수만 내보낼 수 있는 처지가 됐다. 여기서 마야를 밀어 붙이느냐, 투수 교체를 단행하느냐 두 번째 고민이 시작됐다. 현재 두산의 필승조라면 함덕주, 이재우, 윤명준밖에 없는 탓에 7~9회를 어떻게 막을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했다. 그리고 김 감독의 선택은 마야였다. 필승조가 아닌 다른 불펜보다 마야가 안정적인 것만은 분명했다. 더욱이 상대 타선은 8,9번이었다.
하지만 마야는 흥분했다. 연속 안타를 맞았을 때 가운데만 보고 집어넣는 고질적인 문제점이 다시 나왔다. 경기도 9회말 브라운에게 끝내기 홈런을 얻어 맞고 패했다. 김 감독은 "윤명준의 구위는 분명 좋았다. 브라운 타석 때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어렵게 승부하라고 했는데, 명준이의 탬포가 일정했다. 의지도 좀 더 빠져 앉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했다.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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