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장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 국방부가 해당 부대에 한해 실사격 훈련을 중단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당분간 실제사격 훈련을 이론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20개 사로를 관리 감독하는 현역 군인이 장교, 사병을 포함 9명밖에 없어 효과적인 대응이 늦었다며 다른 부대에서 가용인원을 끌어오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복무기록을 예비군 부대와 연동하는 방안, 사격장 조교에 방탄 헬멧과 방탄복을 지급하고 방탄 유리 칸막이를 만들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과연 근본 문제가 뭔지 파악하고 있기나 한 건지 미심쩍다. 전체적으로 정신병력자의 계획범행인 만큼 어쩔 수 없었다는 전제 하에 향후 총기관리와 통제를 강화하는 선에 그쳐있다.
이번 사건은 특정 훈련장에서 일어난 돌출사건으로만 봐선 안 된다. 부실한 통제 매뉴얼, 기강 해이, 축소, 은폐 등 군 전반의 병폐를 압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실탄 사용으로 인명살상 위험이 늘 도사리는 사격훈련장의 관리 지침이 너무도 허술했던 것은 우리 군의 기강이 어느 정도로 무너져있는지를 보여준다. 더욱이 실탄배분 방식, 총기 고정장치 사용법 등 기본적인 매뉴얼조차 없이 훈련장마다 편의적으로 운영돼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실탄을 사용하는 훈련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파악, 대비책을 세우고 이에 합당한 정신교육도 반드시 있어야 했다.
특히 돌발상황을 제압해야 할 통제관과 조교들이 서로 앞다퉈 도망갔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이들이 과연 군인이 맞는지 한심할 정도다. 누구라도 총기 앞에서는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게 마련이지만 일반인이 아닌 군인, 특히 장교는 바로 그런 경우를 위해 국가가 특별한 책임을 지워 양성하는 자원이다. 군이 백날 과시형 행사를 치르고 갖가지 홍보물을 만들어봐야 이런 돌발사건에서 나타나는 군의 행태 하나로 신뢰를 얻기 위한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돼버린다.
사건 후에도 군 당국은 장시간 현장 통제, 연락 차단, 사건경위 설명 지연 및 미흡 등 늘 해오던 모습을 어김없이 또 보였다. 축소, 은폐, 책임면피에 급급해온 고질적인 군의 병폐가 그 숱한 군내 사건사고를 겪으면서도 도무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제대로 본질을 들여다보고, 이번에야말로 정말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국민에게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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