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사이서 '공부블로그' 인기
계획표 올리고 추천문제집도 공유
“영어는 교과서 80%, 프린트물 20% 비중으로 공부했고, 도덕은 교과서 5번 읽고 정리했어요.”
서울의 한 중학교 3학년인 정모(15)양은 지난달 1학기 중간고사 시험을 마치고 블로그에 자신의 시험 공부 과정을 정리해 올렸다. 필기 내용, 시험을 준비하며 푼 문제집을 찍은 상세한 사진을 첨부했고, 8개 과목 중 5개 과목에서 100점을 받은 성적도 공개했다. 이 포스팅에는 “정말 열심히 한 것 같다, 나도 분발하겠다”와 같은 댓글이 60여개나 달렸다.
최근 중ㆍ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공부블로그’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공부를 주제로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학생들이 서로를 일컫는 ‘공블러’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공블러들은 자신의 공부시간과 성적을 공개하고 공부방법ㆍ추천문제집과 같은 정보를 공유하는데 인기 블로그는 하루 방문자수가 1,000명에 이른다. 인기 공블러인 정양의 블로그는 하루 방문자수가 300명을 훌쩍 넘는다.
중학교 1학년 때 성적을 올리기 위해 다른 블로그에 올라온 공부법을 찾아보다가 자신도 공블러가 됐다는 정양은 “원래 영어단어를 눈으로만 보고 외웠었는데 ‘단어를 소리 내어 5번씩 읽고 5번씩 직접 써본다’는 한 블로거의 공부법을 따라 한 뒤 영어 성적이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정양은 그 후 성적이 전교 5등까지 올랐고, 자신의 공부방법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정양은 “열심히 공부를 한 뒤 결과물을 올릴 때 뿌듯하다”며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다음에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만난 공블러들은 정보공유를 넘어 아예 함께 공부하는 ‘스터디그룹’을 꾸리기도 한다. 나태해지기 쉬운 방학 때 기상 시간을 정해 서로를 관리해주거나 팀원들끼리 일주일 공부량을 미션으로 정해 대결을 펼친다. 이런 과정들이 서로에게 자극이 된다는 게 공블러들의 설명이다.
공부블로그는 학생들이 사교육의 도움 없이 스스로 공부하게 하는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다. ‘드리밍’이라는 닉네임으로 공부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18)양은 오전ㆍ오후ㆍ저녁공부가 적힌 하루 공부 계획표를 블로그에 올리고 얼마나 실천했는지 체크한다. 필수품은 공부한 시간을 재는 스톱워치다. 이양은 “공부한 내용을 사진 찍어 올리면 하루가 정리되고 그날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경우 다른 사람들과 비교를 하면서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내신 성적이 평균 1.3등급인 이양은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중학생 때까지 다니던 종합학원, 영어ㆍ수학 단과학원, 논술학원을 모두 그만뒀다. 고3 수험생인 지금도 부족한 과목은 EBS 강의를 통해 보충한다. 이양은 “예전엔 공부가 학원 숙제의 반복일 뿐이었는데 지금은 스스로 공부하다보니 흥미도 더 생겼다”며 “틀린 문제 하나하나를 직접 짚으면서 공부하니 어떤 점이 부족한지도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공부블로그가 확산된 것은 대학입시에 학생부전형ㆍ자기주도학습전형 등이 등장하면서부터라는 분석이다. SNS가 학생들에게 시간낭비라는 인식에 대해 공블러들은 “나 자신에게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양은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를 쓰듯 내 기록을 남기면서 소소하게 공부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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