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입장, 국정능력 의심받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생이자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부시 정권의 이라크전에 발목을 잡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형인 부시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실책으로 꼽히는 이라크전에 대해 갈팡질팡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국정운영 능력까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논쟁이 불거진 것은 지난 11일 부시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진행자 메긴 켈리의 ‘현재 밝혀진 것을 그때도 알았다면 이라크 침공을 승인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당시 그는 “그랬을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포함해 거의 모든 사람이 그런 정보를 갖고 있었다면 그랬을 것”이라고 답했다.
답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다음날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 모르겠다”며 말을 바꿨고 전날 진행자의 질문이 “가정적인 질문이었다”고 변명했다. 다음날인 13일 네바다주에서 진행됐던 타운홀미팅에서 그는 “가정적 질문에 답하는 것은 많은 전사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다시 이라크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 그는 타운홀미팅에서 한 여대생의 “이슬람국가(IS)를 키운 것은 이라크전이 끝난 후 이라크군을 해산하기로 결정한 부시 전 대통령이다. 당신의 형이 IS를 만든 것”이라는 공격에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이제까지 부시 전 주지사의 이라크전에 대한 공식 입장은 올 2월 시카고에서 “확실히 실수가 있었지만 2007년 이라크 증파는 어떤 대통령도 할 수 없었던 가장 영웅적 행동의 하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그가 한 후원모임에서 “형에게 이스라엘과 중동 정책에 대한 조언을 듣는다”고 밝힌 사실이 보도되면서 우려를 키웠다.
공화당에서조차 침공의 이유였던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고 결국 소득 없이 철수한 이라크전에 대해 지지하는 것은 금기시돼 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게일 콜린스는 “젭 부시가 최근 ‘나는 내 일을 스스로 결정한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가운데 ‘나는 항상 형에게 물어본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됐으며, 그가 부시 가문의 과거 실책을 대중의 예상보다 더 많이 계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부시 전 주지사는 14일 애리조나주의 한 행사에서 “만약 가정적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면, 나는 이라크전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마침내 자신의 형과 선을 긋는 입장을 밝혔다. CNN은 전쟁 지원에 대한 명쾌하지 않은 표현에서 비롯된 논쟁이 젭 부시에게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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