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군사기지 건설에 美 제재 움직임
주권침해 vs 힘으로 현상변경 불가
팽팽히 맞서 무력 충돌 우려까지
오늘 케리 방중으로 최고조 달할 듯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치킨게임’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힘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를 간과할 수 없다는 미국과 이를 주권 침해로 받아들이는 중국 모두 한치도 물러설 기미를 안 보이고 있어 자칫 무력 충돌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온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미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인공섬 건설에 공동 대응하고 있는 것과 관련, “필리핀은 호가호위하지 말라”며 “중국은 일체의 도발에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이 지난해부터 남중국해의 산호초 섬을 메워 활주로와 부두 등 군사 기지를 만들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공 섬의 12해리 안으로 군함과 군용기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필리핀이 이를 환영하자 중국이 발끈한 것이다. 화 대변인은 13일과 14일에도 “중국은 영토 주권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며 “(미국에) 말과 행동을 신중히 할 것과 어떠한 도발 행위도 해선 안 된다는 점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도 강경한 태도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3일 미 연방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중인 인공섬은 군사적 목적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며 “그 어떤 국가도 크기와 힘을 키워 다른 나라들을 종속시키려 시도한다면 미국이 이를 무시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중국대사는 같은 날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하는 주권 범위 안의 일을 간섭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고 반박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5일 사설에서 “미 군용기가 중국 도서의 상공을 침범하고 미 군함이 중국 도서의 12해리 해역으로 들어오면 중국군은 미국의 이러한 ‘강도식 행위’가 지역과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도서의 12해리 안을 영해로 보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로서는 양국 간 남중국해 무력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11일 미 해군 포트워스함(LCS)이 스프래틀리 군도 난웨이(南威)섬 근처를 항해하자 중국 해군의 054A형 호위함인 옌청(鹽城)함이 바짝 따라 붙어 한 때 대치했다.
남중국해 분쟁의 원인은 중국의 9단선 주장에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주변 9개의 직선을 연결, 그 안은 모두 중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동에서 중국으로 오는 석유 보급로가 이 곳에 포함된다. 막대한 해양 지하 자원도 양보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선은 사실상 남중국해 90%를 차지하고 있어 필리핀 베트남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등이 모두 반발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미일과 연대, 중국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지난 6일 일본과 필리핀, 14일부터는 일본과 베트남이 해상 합동 훈련에 돌입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미국과 일본은 최근 신 방위협력지침을 수정, 동맹을 강화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의 남중국해 격돌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16일 방중 시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일부 매체들은 케리 장관이 ‘항해의 자유’를 내세워 중국의 남중국해 도서 활주로 건설 등에 대해 경고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9월 미국 방문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극한 대결로 치달을 가능성은 적다. 다만 양쪽은 막판까지 상대방을 시험하려 들 것이라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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