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풀 돋는데 흙 한 줌 눌 데 없다
공연히 서성대며
종일
객혈을 참다
정한 빛 그 광망을 떨며
부서지는
종이꽃.
- 한분순 ‘그렇게 청춘’
미지근한 봄볕 아래 공연히 서성이다가, 기껏 뿜어낸 피가 분수처럼 터져 봄날을 화창하게 물들이면 좋았으련만. 입가에 흐르는 건 검붉은 피 한줄기. 아, 어째 이 모양일까. 손으로 얼른 훔쳐내고 다시 서성서성, 덜렁덜렁, 피를 모은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