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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한 지붕 두 태권도’ WTF와 ITF

입력
2015.05.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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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태권도연맹(WTF) 시범단이 12일 러시아 첼랴빈스크 트락토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5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시범공연을 하고 있다. WTF제공
세계태권도연맹(WTF) 시범단이 12일 러시아 첼랴빈스크 트락토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5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시범공연을 하고 있다. WTF제공
지난 12일 러시아 첼랴빈스크 트렉토르 아레나 에서 열린 2015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국제태권도연맹(ITF)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지난 12일 러시아 첼랴빈스크 트렉토르 아레나 에서 열린 2015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국제태권도연맹(ITF)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는 명실 공히 세계 최고의 기량과 저변으로 종주국의 위상을 꾸준히 지켜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과 북한의 두 갈래 태권도 역사는 분단의 현실과도 닮았습니다.

한국이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F)의 태권도는 올림픽 정식 종목입니다.반면 국제태권도연맹(ITF)은 북한이 주도하는 기구로 주로 공산권 국가가 가입해 있습니다. 슬픈 현실은 ITF가 처음에는 대한태권도협회를 중심으로 만들어졌고, WTF보다 더 오랜 역사와 전통을 보유한 태권도라는 점입니다. ITF는 고(故) 최홍희 장군이 1966년 대한태권도협회를 중심으로 창설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정치적인 이유로 캐나다로 망명하면서 ITF 본거지도 옮겨지게 됐고, 이에 따라 대한태권도협회는 독자적으로 세계태권도연맹을 설립했습니다. WTF의 초대 총재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대한태권도협회장을 역임했던 김운용씨가 맡았습니다. WTF가 출범한 이후 ITF는 주로 공산 국가들을 중심으로 태권도를 보급하면서 ‘북한 태권도’로 인식되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김운용씨를 비롯한 한국의 끊임없는 외교 노력으로 WTF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시범 종목으로 채택됐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습니다.

그로부터 평행선을 걷던 두 태권도는 비록 이벤트성이었지만 12일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2015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한 자리에 서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았습니다. 양 기구 총재의 합의 끝에 WTF 대회에 ITF 시범단이 개막식에 참석해 시범 공연을 한 것입니다. ITF에 이어 WTF의 시범도 이어져 확연히 다른 두 태권도를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ITF 태권도는 공수도의 영향을 받아 민족 무술을 발전한 것으로 뿌리를 찾고 있는 반면 WTF는 고대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라 강조합니다. 그래서 ITF는 최홍희 장군을 태권도의 창시자라 여기고, WTF는 한국 고유의 무술인 택견과 수박도에서 그 기원을 찾고 있습니다. 용어도 상당 부문 상이합니다. 시범단 공연에 앞서 직접 차이점을 설명한 북한의 황호영 ITF 수석 부총재에 따르면 품새를 ITF에서는 ‘틀’이라고 합니다. 품새는 태극 1~8장, 고려, 금강 등 16가지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틀은 천지, 단군, 도산, 원효 등 24가지로 이뤄져 있습니다. 또 WTF의 겨루기를 맞서기로 부릅니다. 도복 역시 모양이 다른데 ITF의 도복에는 흰 유니폼에 검은 선을 기준으로 단을 구분합니다. 유단자가 아닌 경우 선이 없고, 3단 이하의 경우 상의 하단만, 4단 이상의 경우 상ㆍ하의 측면에 검은 선을 달 수 있습니다. 띠는 보통 2회 두르는 WTF와 다르게 1명의 스승만을 섬긴다는 의미로 한번만 두른다고 합니다. 겨루기에서도 WTF와 달리 주먹을 이용한 안면 가격이 허용되는 등 실제 이날 시범단은 차력을 방불케 하는 과격한 동작을 선보였습니다.

시각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태권도는 재미없는 종목’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도 ITF 태권도를 보면 그 매력에 빠질 수 있을 만큼 자극적인 기술과 동작이 상당 부분 차지했습니다.

한민족이라는 하나의 뿌리를 두고 있기에 두 태권도는 당연히 통합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2005년 IOC의 권고로 두 기구는 2009년까지 11차례나 회담을 가졌지만 WTF는 기술 통합을 우선시한 반면, ITF는 기구 통합을 전제로 내세워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두 태권도는 교류를 약속했고, 첫 번째 실천의 일환으로 이번에 한 자리에 선 건 뜻 깊은 일이지만 황 부총재는 “올림픽에 들어가기 위해 WTF를 따라갈 일은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양 단체 통합은)남북 통일보다 어려운 문제”라는 세계태권도연맹 관계자의 말이 ‘한 지붕 두 태권도’의 현주소를 잘 반영해주고 있습니다.

첼랴빈스크(러시아)=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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