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회사 크리스티에서 사흘간 무려 1조5천억 원 상당의 미술품이 거래됐다.
13일 크리스티에 따르면 지난 11∼13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팔린 미술품들의 낙찰가 총액은 14억1,003만 달러(약 1조5,423억 원)로 집계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단일 경매회사의 주간 미술품 낙찰가 총액이 10억 달러(약 1조940억 원)를 넘은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종전 기록은 역시 크리스티가 지난해 5월 세운 9억7,500만 달러(약 1조667억 원)였다.
이번 주 뉴욕 록펠러 센터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는 연일 억소리 나는 낙찰기록이 세워졌다. 첫 날인 11일 밤 파블로 피카소의 유화 ‘알제의 여인들’(Les Femmes d’Alger)이 1억7,937만 달러(약 1,968억 원)로 세계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어 12, 13일 진행된 ‘전후·현대미술’ 경매에서도 마크 로스코의 ‘NO. 10’이 8,190만 달러(약 896억 원)에 팔리는 등 고가 낙찰행진이 이어졌다.
금주 크리스티 경매에 오른 1,100여 점의 작품과 불꽃 튀는 경매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사흘간 1만5,000여 명이 경매장을 찾았다.
크리스티뿐만 아니라 라이벌인 소더비 경매에서도 고가 낙찰 소식이 잇따라 미술품 경매시장에 대한 과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부의 불평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사회적 불평등 심화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강화해 억만장자들의 재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지자 고가 경매품의 가격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1억7,947만 달러에 팔려 세계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운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을 사들일 수 있는 억만장자가 과거에 비해 크게 불어났다. ‘알제의 여인들’ 경매가의 100배가 넘는 자산, 즉 179억 달러(19조5,343억 원) 이상을 보유한 억만장자는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최소 50명이 넘는다.
반면에, 이 작품이 마지막으로 경매에 나온 1997년 당시의 물가와 경제수준을 감안하면 알제의 여인들의 당시 가격은 1억3,300만 달러 수준인데, 이 가격의 100배 정도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당시에는 세계적으로 10여 명에 불과했다.
심지어 1997년 이 작품의 실제 경매가는 3,190만 달러(348억 원)에 그쳤고, 이를 현재의 가치로 환산한다 해도 4,670만 달러(509억6,000만 원) 수준인데 이번 실제 경매가는 4배 가까이 치솟았다. 즉 불평등 심화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강화하는 과정에서 억만장자들의 자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미술시장 경매품의 가격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 11일 CNN 머니에 “고가 미술품 시장이 탈세와 돈세탁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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